[정원 박람회]벼락맞은 은행나무, 육백살 먹은 팽나무… 나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연 깃든 나무들

정원박람회장에 심어진 나무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정원박람회장 서문 입구에 심어진 모과나무는 ‘생명의 은인 나무’라는 별칭이 붙었다.
정원박람회장에 심어진 나무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정원박람회장 서문 입구에 심어진 모과나무는 ‘생명의 은인 나무’라는 별칭이 붙었다.
정원박람회장은 73만 그루가 자라는 하나의 거대한 숲이다. 수령이 30년 이상 된 나무만 1만7000그루나 된다. 정원박람회장에 심은 나무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나무를 직접 보며 사연을 알아보는 것도 정원박람회 관람의 또 다른 재미다.

정원박람회장 서문 입구에는 기막힌 모과나무가 있다. 모과나무가 원래 있던 전남 순천시 별량면 대동마을 주민들은 수령이 300년이나 되는 모과나무를 정원박람회장으로 옮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정원박람회 조직위 관계자가 나무를 가지러갔다가 홀로 사는 할머니 생명을 구하면서 주민들은 모과나무 옮기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었다. 그래서 ‘생명의 은인 나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서문 주변 수목원에는 근심 먹는 은행나무가 있다. 두 번이나 벼락을 맞고도 10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던 은행나무 세 그루다. 이 은행나무들은 한 순천시민이 기증한 것이다. 관람객 문모 씨(57·여)는 “벼락 맞은 은행나무에 소원을 빌면 근심이 사라진다는 전설이 있어서인지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목원에는 ‘5분 전 은행나무’와 ‘지구의 정원 1번 나무’도 독특한 사연이 있다. 5분 전 은행나무는 순천시 가곡동 건물을 짓기 위해 베려던 것을 가까스로 살려냈다. 이 때문에 5분 전 은행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버려질 위기에 놓였던 나무들은 정원박람회장으로 옮겨져 새 생명을 얻고 있다. 지구의 정원 순천만 1번 나무는 정원박람회장에 처음 옮겨져 심은 나무다. 너무 커 산림청 헬기가 이사를 도왔는데 꼼짝 않던 나무가 막걸리를 한잔 부어주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원박람회장 동문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정원 언덕에는 600년 된 팽나무가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자라 600살 팽나무 할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이 팽나무는 경남지역 한 시민이 영호남 화합과 정원박람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기증한 것이다. 팽나무는 부족한 수분을 얻기 위해 스스로 줄기에 일곱 개 구멍을 만들어 비가 오면 저장했다가 가뭄을 견딘다.

동문 입구 잔디마당에는 S자로 휜 형태의 소나무가 한그루 있다. 순천시 상사호 야산에서 자라던 수령 60년 된 소나무로 순천만의 아름다운 S자 물길을 닮은 형상이어서 눈길을 끈다.

동문 인근 야수의 장미정원에는 안타까운 형제 연리목이 있다. 연리목은 뿌리가 다른 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한 나무로 자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형제 연리목은 원래 50년생 팽나무, 30년생 산벚나무, 10년생 때죽나무가 함께 자랐다. 하지만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산벚나무가 부러졌다. 현재는 팽나무와 때죽나무가 고사한 산벚나무를 대신해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약용식물원 주변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포플러가 있다. 이 포플러 나무는 현재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자리에서 자랐다. 순천만국제습지센터를 지을 때 옮겨졌지만 다행히 뿌리를 잘 내리고 새 가지가 돋아 그루터기가 생겼다. 조직위는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그루터기만 남은 채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것처럼 포플러가 관람객들에게 위안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지었다.

이천식 조직위 수목관리팀장은 “정원박람회장에 심어진 나무 11만3850그루는 각계에서 기증한 것”이라며 “나무들은 100∼200년 뒤 살아 있는 울창한 숲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