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보물창고 엿보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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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이슬람의 보물’전

13세기 초 이란에서 쓰인 도기 주전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3세기 초 이란에서 쓰인 도기 주전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슬람 왕실 보물의 유혹에 취해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쿠웨이트 왕실 보물들을 소개하는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 특별전이 2일 시작됐다. 알사바 컬렉션이란 쿠웨이트 왕족인 셰이카 후사 사바 알살렘 알사바 공주 부부가 1970년대부터 수집한 진귀한 보물 3만여 점을 일컫는다. 이 컬렉션은 1983년부터 국가에 영구 대여돼 쿠웨이트국립박물관의 ‘다르 알아타르 알이슬라미야(이슬람미술관)’에서 관리한다. 한국 특별전에서는 이 가운데서 엄선한 367점을 소개한다.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모두 9부로 꾸민 이번 전시에서는 8∼18세기 1000년 세월을 아우르는 다양한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전반부는 역사적 흐름에 따라 △이슬람 미술의 기원(8∼10세기) △다양한 전통(11∼13세기) △성숙기(14∼15세기) △전성기(16∼18세기) 4부로 구성했다. 8세기 중반 요르단 건축 장식물부터 13세기 이란의 도기 주전자, 14세기 이집트산으로 추정되는 은입사 황동 대야가 전시된다. 전성기 유품에서는 ‘신드바드’라도 타고 다녔을 법한 이슬람 양탄자가 인상적이다. 페르시아 전통이 살아있는 이란 사파비 왕조의 18세기 정원 카펫은 세련된 문양을 자랑해 당시 장인들의 놀라운 기술 수준을 가늠케 한다.

후반부는 주제나 소재에 따라 5가지로 엮었다. ‘예술로 승화한 문자, 서예’는 나무로 만든 꾸란 보관함 같은 이슬람 미술품에 표현된 글씨에 주목했고, ‘식물무늬의 장식화, 아라베스크’는 서예와 함께 이슬람의 대표적 장식 소재인 아라베스크(아라비아 무늬)에 초점을 맞췄다. 마찬가지로 ‘무한한 반복의 표현, 기하학 무늬’와 ‘이슬람 미술의 형상 표현’도 아름다운 무늬를 담은 미술작품과 생활용품을 모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화려한 궁전문화, 보석공예’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대부분 16∼18세기 무굴제국(인도의 이슬람 왕조) 때 만들어진 작품들로, 당시 화려한 귀족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신구와 보석이 많다. 특히 18세기 후반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금으로 만든 길이 39cm의 목걸이는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넘친다. 박물관은 “국내 처음으로 이슬람 미술 전반을 소개하는 전시로 이슬람 문명의 총체적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 20일까지. 4000∼1만2000원. 02-2077-90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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