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몸 담근 그곳, 강같은 평화가 흐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 성서속 ‘요단강’인 요르단강 베다니 세례터를 찾아서

요르단 강의 이스라엘 지역을 찾은 사람들이 세례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강 건너편 요르단 지역은 이스라엘 쪽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 시리아 난민 캠프의 카라반을 지원한 극동방송은 요르단 지역의 시설 보수도 후원하고 있다. 베다니=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요르단 강의 이스라엘 지역을 찾은 사람들이 세례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강 건너편 요르단 지역은 이스라엘 쪽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 시리아 난민 캠프의 카라반을 지원한 극동방송은 요르단 지역의 시설 보수도 후원하고 있다. 베다니=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6일 찾은 사해(死海) 북쪽 10km 지점의 요르단 강. 성서와 각종 역사 기록을 통해 요단강으로 더 잘 알려진 강이다. 이 강과 인근 베다니 예수 세례 터에는 예수가 세례를 받았다는 종교적 의미 때문에 세계 각국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선지자 엘리야가 요르단 강을 건너 하늘로 올려졌다는 구약성서의 이야기 때문에 ‘요단강을 건넌다’는 말은 죽거나 천국으로 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날도 가톨릭과 개신교, 정교회 등 다양한 종파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찬송가를 부르는가 하면 머리에 물을 부어주는 세례 의식도 진행됐다. 불과 폭 10m 안팎의 흙탕물 강은 볼품은 없지만 깊은 역사성으로 자연스럽게 순례객들에게 종교적인 영감을 준다. 경건한 분위기를 깨는 것은 총을 든 군인들의 모습이다. 요르단 강은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국경이다.

미국 조지타운대 재학 중이라고 밝힌 미국인 켈리 톰슨 씨(여·20)는 “가톨릭 신자로 예수님 세례 터는 매우 특별한 장소”라며 “성경에 언급된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행인 60대 여성은 “요르단 강은 영적인 기운이 가득한 곳이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며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로번 군(18)은 인구의 92%가 이슬람교 신자인 요르단에서는 보기 드문 개신교 신자다. 요르단에서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등 범(汎)기독교 신자는 5% 안팎이다. 4년 전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그는 “비교적 다른 종교에 관용적인 요르단의 분위기 때문에 다른 이슬람권 국가들과 달리 종교 간 갈등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다니 인근의 도시 마다바는 이슬람 국가 요르단에서 ‘기독교의 섬’처럼 존재하는 지역이다. 요르단 정부는 십자군 시절부터 기독교 영향이 강했던 이 지역에 기독교 신자들의 이주와 거주를 장려했다. 시내에는 이슬람 사원뿐 아니라 성당과 교회들의 십자가가 눈에 띈다.

이슬람 사원에서 만난 바샤르 이브라힘 아미라 씨(32)는 기도를 부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무아딘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그는 사원을 관리하면서 오전 4시부터 하루 다섯 차례 하나님을 칭송하는 육성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도할 것을 권유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대학에서 꾸란을 전공한 그는 “어릴 때부터 하나님 집에서 섬기기를 꿈꿨다”며 “최근 젊은 사람들이 신앙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어떤 종교를 믿느냐보다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마다바 지역의 사원을 담당하는 공무원인 말리크 압둘 하디 아샤칸바 씨(36)는 요르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 대해 “내전은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이라는 종교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이라며 “내전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종교를 끌어들여 정치를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베다니·마다바=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