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스위스 시계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클래스 체험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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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나사 앞에서 땀 뻘뻘…“장인은 神이다”

시계 장인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였다. 2시간여의 짧은 경험만으로도 기계식 시계의 무브먼트가 얼마나 정교한 기계공학의 예술인지 느낄 수 있었다. 성질이 급하고, 손재주가 없는 사람은 도저히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손에 잘 잡히지도 않은 미세한 수백 개, 수천 개의 부품이 동력을 만들어 내고, 시곗바늘을 움직이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여기는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열린 스위스 고급 시계 ‘예거 르쿨트르’의 마스터 클래스 현장. 올해 180주년을 맞은 예거 르쿨트르가 현대백화점 본점에 국내 3번째 매장을 내면서 마련한 자리로 무브먼트의 일부를 직접 해체하고 조립해 보는 클래스였다. 본사의 시계 장인 자노 뤼도비크 씨가 일일 선생님을 맡았다.

5일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흰색 작업 가운을 입고 작업대에 앉았다. 스위스 본사의 예거 르쿨트르의 매뉴팩처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한다. 책상, 의자, 제작 도구가 모두 스위스에서 날아왔다는 얘기다. 일반 책상과 달리 가슴팍까지 올라오는 높은 작업대였다. 등을 과하게 구부리지 않고도 눈에 더 가깝게 작업대를 조정해 미세한 무브먼트를 조립하기 위해서다.

이날 해체와 조립을 해볼 무브먼트는 예거 르쿨트르의 ‘칼리버 875’. 리베르소 컬렉션의 ‘그랑 리베르소 데이트’에 실제 들어가는 제품이다. 오른손으로는 핀셋 등 제작 도구를 잡고, 왼손에는 고무 골무를 끼웠다. 민감한 무브먼트에 직접 손을 대면 자칫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

뤼도비크 씨는 “시계 장인들도 무브먼트 하나를 해체하고 조립하는 데 4시간 이상 걸린다”며 “오늘은 시계의 동력을 풀어 주고, 휠과 배럴을 해체하고 조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거 르쿨트르 ‘칼리버 875’ 해체 및 조립과정.
예거 르쿨트르 ‘칼리버 875’ 해체 및 조립과정.
1단계부터 막혔다. 시계 무브먼트 왼편 크라운을 돌려 태엽을 감은 뒤, 보일락 말락 한 작은 홀에 핀셋을 넣어 시계에 있는 동력을 모두 풀어 주라고 했다. 시계가 동력을 갖고 있으면 자칫 해체하다 나사가 튀어나오는 등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쉬운데 작은 홀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핀셋을 끼워 넣어도 잘 풀리지 않았다. 결국 뤼도비크 씨가 도와줬다.

2단계. 나사를 풀어 위의 브리지(판)를 떼어낸 뒤 톱니바퀴 3개를 빼는 작업. 두 개는 핀셋으로 뺐지만 쌀알만 한 바퀴는 고무 덩어리를 대 떼어냈다. 어찌나 작은지 잃어버릴까 조마조마했다. 비교적 큰 나사라고 해서 큰 드라이버를 썼지만 이 나사조차도 너무 작았다. 평생 본 나사 중 가장 작다고 할까.

3단계. 안쪽의 브리지를 또 떼어내자 자동차의 모터라고 할 수 있는 시계의 배럴이 나왔다. 태엽을 감으면 이 배럴이 에너지를 모으고, 직전에 해체한 톱니바퀴 일부가 이 힘을 시곗바늘을 움직이는 톱니바퀴에 전달한다고 한다.

“무브먼트 해체와 조립을 얼마나 많이 해야 장인이 될 수 있나요?”

조립하려다 보니 어디서 떼어낸 바퀴인지, 나사 구멍이 이게 맞는지 헷갈렸다. 다시 끼우는 것도 힘들어서 뤼도비크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대개 전문학교에서 3년 동안 이론을 배우고, 수도 없이 무브먼트를 만져 보는 실습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눈이 나빠질 것 같다고 하자 머리띠처럼 한 돋보기를 가리키며 웃었다.

이 작은 부품을 어디서 만드는지도 궁금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작은 부품 하나부터 완성까지 100% 하우스 내에서 만든다고 한다. 기계식 시계는 극도의 정밀함과 세심한 손길, 인내심을 요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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