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연극방법론 싹튼 한국서 희곡집 나오다니 감개무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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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극작가 히라타 작품집 2권 번역 출간

“제 연극 방법론은 대학시절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있으면서 싹튼 것입니다. 서양 어투의 연극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본어 연극을 하자는 생각을 일본어와 어순이 같은 한국에 살면서 하게 됐으니까요.”

29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 카페 라운지에서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51·사진) 초청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의 희곡집 1차분 ‘도쿄노트’와 ‘과학하는 마음’(현암사) 두 권의 출간을 기념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는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 가장 각광받은 일본 극작가이자 연출가다. 이번 희곡집에 소개된 ‘도쿄노트’ 등은 국내 초연 후 호평을 받거나 레퍼토리 작품으로 되풀이해 공연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본 연극계는 분카자(文化座)와 분가쿠자(文學座)로 대표되는 리얼리즘 계열의 신극(新劇)과 1960년대 이에 반기를 들고 연극의 축제성을 강조한 앙그라(언더그라운드) 연극 양대 흐름이 있었다. 히라타는 이런 양대 흐름이 결국 서양 근대연극의 프레임에 묶여 있다고 비판하면서 일본인들의 일상화법에 초점을 맞춘 희곡을 발표하고 자신의 극단인 세이넨단(靑年團)을 통해 무대화하면서 독자적 일본현대극을 창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의 거품경제가 끝나고 난 뒤 제 연극론에 주목하는 후배와 제자들이 많이 생기면서 새로운 사조가 형성됐습니다. 일본 최고의 신인희곡상인 기시다 희곡상의 최근 4년간 수상 작가들이 모두 제 영향을 받은 사람입니다. 서양에서 저보다 더 각광받는 오카다 도키치나 일본 내 국공립극장 최연소 예술감독이 된 다다 준노스케도 세이넨단 출신입니다.”

흔히들 ‘조용한 연극’이라 부르는 그의 연극은 일반인들이 간과하기 쉬운 일상을 끌어올려 관객과 대면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일상과 동떨어진 것에 대해 ‘너무 연극적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저는 이것이 일상의 도피나 탈출로서 연극의 축제성만 강조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연극은 과잉자극과 과잉정보에서 피로를 느끼는 현대인에게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순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히라타 오리자#희곡집#도쿄노트#과학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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