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분노… 모차르트의 공포… 비교할수록 흥미로운 레퀴엠 선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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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

‘한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꽃….’ 괴테의 시 ‘들장미’입니다. 어릴 때 배운 하인리히 베르너 작곡 ‘들장미’가 떠오릅니다. 슈베르트가 같은 가사에 곡을 붙인 ‘들장미’도 있습니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우리나라에선 ‘월계꽃’이란 제목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같은 가사에 다른 선율을 붙인 곡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한 차이콥스키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도 괴테의 시에 슈만을 비롯한 여러 작곡가가 곡을 붙였지만 유독 차이콥스키의 노래가 사랑을 받습니다.

그런데 짧으면 30분, 길면 두 시간 가까운 대곡이 같은 가사로 쓰여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모차르트, 베를리오즈, 베르디를 비롯한 수많은 대작곡가가 같은 가사에 곡을 붙였다면? 가톨릭교회 미사에 사용되도록 작곡된 ‘미사곡’입니다. 미사곡에서 ‘불쌍히 여기소서(Kyrie)’ ‘영광(Gloria)’을 비롯한 다섯 개 라틴어 가사는 반드시 넣도록 되어 있어 작곡가마다 같은 가사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미사곡 중 ‘레퀴엠’이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진혼곡’ 또는 ‘장송곡’이죠. 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영원한 안식을 비는 미사곡입니다. 일반 미사곡과는 가사 구성이 다르지만 역시 ‘불쌍히 여기소서’를 비롯한 몇 가지는 공통됩니다.

레퀴엠에 대부분 포함되는 부분으로 최후 심판을 묘사하는 ‘분노의 날(Dies Irae)’이 있습니다. 칼럼 끝부분의 QR코드를 찍어 베르디의 ‘분노의 날’을 들어보시면 익숙하게 느끼실 것입니다. 수많은 TV 프로그램에서 ‘분노’의 감정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는 음악입니다. 모차르트의 ‘분노의 날’도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 기억하는 분이 많을 듯합니다. 둘의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베르디가 재난에 가까운 ‘분노’를 쏟아놓는다면, 모차르트는 쫓기는 듯한 공포와 초조감을 짙게 전달합니다.

<음원제공 낙소스>
<음원제공 낙소스>
2일 정명훈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베르디 ‘레퀴엠’에 대한 호평이 많았습니다. 13일에도 최영철 지휘 서울오라토리오합창단·오케스트라가 같은 곳에서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호국의 달인 6월에도 전통적으로 ‘레퀴엠’ 연주가 많죠. 다음 달 1, 2일 LG아트센터에서는 필리프 헤레베헤 지휘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합창단이 모차르트의 유작 ‘레퀴엠’을 선보입니다. 다음 달 7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빈프리트 톨이 지휘하는 대전시립합창단·교향악단이 ‘프랑스인의 따스한 레퀴엠’으로 불리는 포레의 ‘레퀴엠’을 연주합니다.
blog.daum.net/classicgam/13

유윤종 gustav@donga.com
#베르디#모차르트#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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