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망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손놀림… 피아노로 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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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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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있는 음악회 ‘윤홍천&정준호의 낭만시대’ ★★★★

서정적 감성이 빛나는 연주를 들려준 피아니스트 윤홍천. 스톰프뮤직 제공
서정적 감성이 빛나는 연주를 들려준 피아니스트 윤홍천. 스톰프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음악칼럼니스트 정준호, 이들 ‘10년 지기’가 함께 만든 첫 무대는 해설 음악회의 모범이라 부를 만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윤홍천&정준호의 낭만시대’는 베토벤에서 슈만, 리스트로 이어지는 낭만주의의 핵심 레퍼토리로 꾸민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촘촘하면서도 풍성한 정준호의 해설이 작품에 다가가는 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독일 뮌헨에 거주하며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윤홍천은 2009년 미국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것이 콩쿠르 이력의 전부다. 순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섬세한 감성이 담긴 연주는 독일에서 먼저 알아봤다. 2011년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 음반은 독일의 여러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고 독일 바이에른 주 문화부가 수여하는 ‘젊은 예술가상’을 안겨줬다. 지난해에는 독일의 빌헬름 켐프 재단 최초의 동양인 이사로 선발됐고 올해부터 5년에 걸쳐 독일 음반사 욈스와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18곡) 녹음에 도전한다.

이번 독주회에서 윤홍천의 연주는 누구와도 닮지 않은 그만의 세계를 보여줬다. 화려하기보다는 단아하고, 격정적이기보다는 절제됐다. 베토벤의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를 리스트가 편곡한 작품에서는 피아노로 시를 썼다. “낭만주의의 본질에는 그리움의 정서가 있다”는 정준호의 해설처럼 윤홍천은 여섯 곡으로 이뤄진 이 작품에서 갈망과 애틋함을 담아냈다.

이어진 슈만의 환상곡 C장조에서 윤홍천은 깊은 서정성으로 객석을 매료시키며 연주회의 정점을 찍었다. 슈만이 연인인 클라라와 떨어져 있던 시기에 작곡한 곡으로 윤홍천은 기교를 뽐내기보다는 노련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슬픔을 그려냈다. 프로그램 마지막의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는 원곡의 격렬함을 부드러운 타건으로 다듬으면서도 깊이 있는 해석과 표현력으로 30분을 집중력 있게 끌고 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윤홍천#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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