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Outro]맨발로 뛰는 효과 고스란히… 베어풋 슈즈 신고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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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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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러닝 장점 살린 ‘아베베 슈즈’ 아시나요

먼 옛날 인간은 식물을 채집하거나 사냥을 하기 위해 산과 들을 걷고 달렸다. 당연히 맨발이었다. 이후 문명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신발이 생겨났다. 1970년대에 들어 신발은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됐다. 특정 기능을 강조하는 신발이 활발히 연구·개발되면서 그 역할이 단순한 발의 보호를 넘어 훨씬 광범위해진 것이다.

신발의 발달은 사실 발의 퇴화를 가져왔다. 인간은 신발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아베베 비킬라(에티오피아)가 맨발로 달렸다는 사실은 전 세계의 화제가 됐다. 그의 발뒤꿈치 지방층은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8∼10mm나 더 두꺼웠다고 한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산 덕분이었다. 대부분의 현대인의 발은 자연 상태에서 충격흡수 기능을 하는 뒤꿈치의 지방층이 얇으며, 근육이나 인대도 퇴화된 상태다. 즉, 맨발로 달리기에 부적합해졌다.

에티오피아의 세계적 마라톤 선수 아베베 비킬라가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역주하는 모습. 금메달을 따낸 그는 ‘맨발의 왕자’란 별명을 얻었다. 동아일보DB
에티오피아의 세계적 마라톤 선수 아베베 비킬라가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역주하는 모습. 금메달을 따낸 그는 ‘맨발의 왕자’란 별명을 얻었다. 동아일보DB
맨발로 달리면 좋은 점


그런데도 최근 들어 맨발 걷기나 달리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막연히 맨발로 움직이는 게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던 것에서 더 나아가 맨발 보행과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연구가 바로 2010년 미국 하버드대의 대니얼 리버먼 교수와 그 동료들에 의해 진행된 것이다. 그 결과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맨발로 달리는 것은 신체에 무리를 덜 준다=신발을 신고 달릴 때는 발뒤꿈치부터 땅에 닿는데, 이때 순간적인 부하가 발뒤꿈치에 집중된다. 하지만 맨발로 달릴 때는 발전체로 충격이 분산된다. 발 앞부분이 지면에 닿은 후 곧 발바닥 전체가 착지되기 때문이다.

②발목과 무릎 관절의 부담이 줄어든다=
맨발로 달리면 착지 이후 신체중심이 아래쪽으로 떨어지므로 무릎이나 발목 관절이 신발을 신고 달릴 때보다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관절의 부담이 줄어든다.

③부상의 위험이 줄어든다=
신발을 신고 뛰면 밑창의 높이 때문에 발이 전후좌우로 많이 움직인다. 이로 인해 과다하게 돌아간 발목이 삐거나 무릎의 십자인대가 상할 수 있다.

이 밖에 신발을 신으면 그 무게에 의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힘이 더 든다는 뜻이다. 발바닥의 신경계가 자극을 받으면 몸의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맨발 장점 살려주는 베어풋 슈즈

맨발 걷기나 달리기에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체육과학자 마이클 워버튼의 2001년 연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준비가 있어야 한다. 첫째, 초기에는 매일 30분 정도 맨발로 걷기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이는 발의 감각 수용 기능을 향상시키고 근육과 인대를 발달시킨다. 발바닥의 지방층이 두꺼워지게 하는 준비도 된다. 둘째,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났다고 생각되면 걷기를 가벼운 달리기로 전환한다. 이후 점차 강도와 시간을 늘려 나가면 된다. 셋째, 3∼4주가 지나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긴 후에는 좀 더 빠른 속도로 달려도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맨발 걷기나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불안감을 가진다. 땅 위의 뾰족한 돌이나 유리에 혹시나 발을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다. 그런 경우에는 최소한의 보호 기능이 있으면서 맨발 걷기·달리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는 신발을 신으면 된다. 이런 신발들은 이른바 베어풋 슈즈(Barefoot Shoes)라는 이름으로 시판돼 있다. 적절한 신발을 선택한다면 현대인도 옛 사람의 맨발 생활을 경험하면서 발의 건강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문영진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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