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더! 라우더!” 언어장벽 허문 K-rock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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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최대 음악 축제 美텍사스 오스틴 ‘SXSW’ 뒤흔든 한국 인디밴드들
美 유력 음악전문지 ‘스핀’ 참가한 한국의 6개팀에 첫날 공연 통째로 할애
구남-노브레인 등 열정 무대, 현지 관객 폭발적 반응… 홍대앞 클럽 옮겨놓은 듯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 이틀째인 13일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미국의 유력 음악 전문지 ‘스핀’이 마련한 특별 무대에 올라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백인 관객으로 가득 찬 공연장을 장악했다.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 이틀째인 13일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미국의 유력 음악 전문지 ‘스핀’이 마련한 특별 무대에 올라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백인 관객으로 가득 찬 공연장을 장악했다.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13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도심. 북미 최대의 음악 축제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SXSW) 둘째 날. 오스틴 컨벤션센터 3층 10C룸에서 콘퍼런스 ‘신생 음악 기업이 성장하는 시점’이 열렸다. 음악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의 데이브 헤인스 부사장은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기업은 신진 밴드가 대형 음반사와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를 홍보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했다.

○ 인디 밴드의 힘 …‘구름’을 걷어낼까

이날 오스틴 도심의 기온은 24도까지 올라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이날 밤 도심 클럽 ‘이지타이거’에서는 한국 밴드 6팀이 ‘스핀’ 무대에 오르기로 돼 있었다. 유튜브나 온라인의 도움 없는, 오프라인에서의 정면승부다. 클럽 ‘엘리시움’에서 전날 한국 음악인 7팀이 참여해 연 ‘케이팝의 밤’에서는 여성 그룹 f(x)의 현지 팬이 관객 상당수를 점했다.

‘스핀’은 로다운 30부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구남), 노브레인, 더 긱스, 3호선 버터플라이, 갤럭시 익스프레스까지 오롯이 한국 록 밴드들의 무대다. 미국의 유력 음악 전문지인 ‘스핀’이 4일 연속 공연의 첫날을 통째로 한국 록을 조명하는 데 할애한 것이다. 문득 든 생각. ‘그들은 미국 땅에 스스로 홍보창구를 열 수 있을까.’

오후 5시부터 컨벤션센터 4층 대연회장에서는 싱어송라이터 디벤드라 밴하트의 공연이 열렸다. 전자기타 한 대만 달랑 들고 혼자 나타난 그는 베네수엘라계 미국인답게 스페인어와 영어를 오가며 특유의 떨림이 강한 보컬을 들려줬다. 언어를 막론하고 그만의 매력으로 객석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컨벤션센터를 나서자 첫날과 마찬가지로 통째로 커다란 공연장이 된 도심의 햇살이 반겼다. 이날도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백 팀이 음악 관계자와 팬의 관심을 끌기 위해 뜨겁게 경쟁 중이었다. ‘한국 팀들도 언어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오후 8시. ‘이지 타이거’에서 마침내 ‘스핀’ 무대가 시작됐다. 한국 블루스 록의 자존심 로다운 30이 특유의 끈적하고 육중한 록 사운드를 풀어냈다. 전날보다는 관객 수가 적었지만 공연 자체에 대한 충성도는 더 높았다.

○ “덩실덩실 움직여, 이것들아, 라이크 디스!!!”

“나랑 미친 듯 놀자! 밤이 새도록 놀자!”(노브레인) “올 라이트!!!”(관객들)

“우리가 너무 시끄럽나요?”(더 긱스) “노, 라우더(louder·더 크게)! 라우더!”(관객들)

“(한국말로) 덩실덩실 움직여 봐, 이것들아. 라이크 디스(Like this)!!!”(구남) “예아(Yeah)!!!”(관객들)

무대 앞 백인 관객들은 한국 음악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잘도 따라했다. ‘바다 사나이’(노브레인)에 맞춰 손짓으로 파도를 만들었고 ‘난 어디로 가는 걸까’(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워∼ 워어우 워∼어어어어어’ 반복구를 목이 터져라 따라했다. 덩실덩실 춤을 추다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서울 서교동의 공연장을 지구 반 바퀴 너머로 옮겨놓은 듯했다. 구남의 뽕짝 리듬에, 3호선 버터플라이의 한국적 몽환성에,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반한 현지 관객들은 휴식시간마다 판매대를 찾아 한국 음반과 티셔츠를 구매했다.

미국 대학 밴드를 비롯해 새로운 음악인을 발굴해 조명하는 매체인 ‘칼리지 뮤직 저널(CMJ)’의 맷 맥도널드 부사장은 “한국 음악인은 언어장벽을 넘어 단시간에 관객과의 유대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세계의 음악인들 가운데서도 특출하다. 이건 ‘강남스타일’의 싸이나 록 밴드가 공통적으로 가진 매력이다”고 했다. 그는 “SXSW를 찾는 한국 밴드의 음악을 3년째 체크하고 있는데, 꾸밈없는 진정성과 열정이 그걸 가능케 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14일 오전 2시. 공연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격정적인 무대로 끝을 맺었다. 오스틴의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고, 동아시아에서 날아온 음악의 폭우는 쏟아졌다.
:: SXSW ::

매년 3월에 미국 남부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South by Southwest Music Festival).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를 패러디해 따온 이름이다. 1987년 출범했으며 공연과 음악 견본시, 콘퍼런스를 아우르는 북미 최대 음악 전시장이자 세계 3대 음악 마켓 중 하나다. 90개 공연장에서 2000개가 넘는 음악 팀이 공연한다. 최근엔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와 정보기술(IT)로 영역을 넓혔다.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K-rock#SXSW#인디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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