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있는 삶의 해법 ‘스칸디 맘’에서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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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부는 요즘 출판가엔 북유럽 바람이…

《 런던과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를 다녀온 여행후기와 사진은 인터넷에 넘쳐난다. 가보지 않아도 왠지 가본 것 같은 느낌. 뭐 새로운 곳이 없을까. 숙제하듯 기념사진 찍으러 다니지 않고, 여유롭게 그들의 일상만 훔쳐보고 오더라도, 다녀오면 남들에게 질투어린 시선을 받을 만한 곳 말이다. 요즘 출판계에서 북유럽이 ‘핫 트렌드’로 뜨고 있다. ‘북유럽처럼’ ‘북유럽 디자인과 만나는 스칸딕 베케이션’ ‘코펜하겐에서 일주일을’ 같은 여행서적뿐 아니라 ‘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이야기’ ‘살고 싶은 북유럽의 집’ ‘북유럽 핸드메이드’ ‘이케아 그 신화와 진실’ 등 디자인과 교육, 복지,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망라한다. 》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들이 ‘복지’ ‘국민행복’ ‘저녁이 있는 삶’ 등을 주요 구호로 내세우면서 북유럽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경제성장은 달성했지만 개인의 행복감, 자존감을 억눌러왔던 한국인들이 북유럽 사회를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기본적 삶을 보장받는 자들의 여유, 거대한 자연에 적응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여유, 복작대는 인간들 속을 헤집고 다닐 필요가 없는 공간의 여유…. 그런 여러 가지 여유로움이 그곳에 있었다. 잠시나마 그 상쾌한 곳에서 지구 반쪽의 파란색 숨을 들이마시며 그들의 여유 만만한 라이프스타일을 구경하고 싶었다.”

‘북유럽처럼’(네시간)의 저자 김나율과 이임경 씨의 말이다. 두 사람은 북유럽의 심플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나오게 된 이유를 오후 4시면 해가 지는 북구의 기나긴 겨울밤에서 찾았다.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어도 질리지 않고 편안하도록 자연을 닮은 디자인을 발전시켜 냈다는 것이다.

북유럽이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쌤앤파커스)에서 스웨덴 복지모델을 분석한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테른대 교수는 “그리스 경제위기는 국가의 역할과 개인의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올해 초 발표한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3년’에서 ‘스칸디맘(스칸디대디)이 온다’고 전망했다. 스칸디맘은 자녀를 엄격히 관리하는 ‘타이거맘’ ‘헬리콥터맘’과 달리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수평적 관계, 자율성을 특징으로 한다. 부모도 자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기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스칸디맘이다.

덴마크의 한 여성이 아이를 자전거 유모차에 태우고 도심을 달리고 있다. 북유럽의 엄마 아빠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아이를 유모차에서 재우는가 하면, 비가와도 비닐덮개를 씌우고 산책을 다닌다. 네시간 제공
덴마크의 한 여성이 아이를 자전거 유모차에 태우고 도심을 달리고 있다. 북유럽의 엄마 아빠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아이를 유모차에서 재우는가 하면, 비가와도 비닐덮개를 씌우고 산책을 다닌다. 네시간 제공
실제로 퇴근 뒤 한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손으로 유모차를 미는 멋쟁이 아빠들을 스웨덴에서는 ‘라테파파’라고 부른다. 핀란드에서는 정부가 유모차를 나눠주고,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부모는 교통비가 공짜다. ‘…스칸딕 베케이션’의 저자 이홍안 씨는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2, 3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다니는 모습을 보고, 왜 북유럽산 유모차는 바퀴가 크고 튼튼한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웨덴 국립교육청 교육국장 출신 황선준 박사는 지난해 스웨덴인 부인과 함께 살면서 체험한 가정교육에 관한 책 ‘금발 여자 경상도 남자’(한언)를 펴냈다. 현재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으로 일하는 그는 “북유럽에서는 오후 4, 5시면 집에 들어와 가족들이 저녁시간을 함께 보낸다”며 “한국의 부모와 자녀들은 회식과 학원에 밀려 언제 한번 저녁을 같이 먹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출판가#북유럽#스칸디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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