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봄,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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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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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전위 작품 국내소개 창구… 올해는 국내작이 절반 차지
유럽 실험극 거장들 대거 방한… ‘무대공포’ ‘양의 침묵’ 주목할만

12가지 스타일의 줄리엣을 연기하는 여배우 12명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홍성민의 ‘줄리엣’. 페스티벌 봄 제공
12가지 스타일의 줄리엣을 연기하는 여배우 12명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홍성민의 ‘줄리엣’. 페스티벌 봄 제공
올해로 7회를 맞는 페스티벌 봄은 세계 공연예술계 최전위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페스티벌 봄을 통해 익숙해진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몰려온다. 이탈리아 실험극의 최고봉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관하여’와 현대무용의 거장 윌리엄 포사이스의 ‘헤테로피아’, 일본 현대극의 황태자 히라타 오리자가 로봇을 배우로 등장시킨 ‘사요나라’, 피나 바우슈의 혁신적 계승자 제롬 벨이 지적장애인과 작업한 ‘장애극장’….

하지만 올해 페스티벌 봄에는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변화가 있다. 22일∼4월 18일 서울 대학로와 신촌, 성남아트센터에서 펼쳐질 26개 공연에서 해외작품(11편)과 국내작품(10편)의 비율이 거의 반반을 이룬 점이다. 나머지 5편은 국내외 공동 작업인데 중심은 역시 한국이다. 2007년 스프링 웨이브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페스티벌 봄이 매년 소개하는 25편 안팎의 작품 중 해외작의 비중이 70∼80%였음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변화다.

국내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서 각광받기 시작해서다. 유럽 실험극의 대모로 불리는 프리 라이젠 비엔나 페스티벌 예술감독과 독일 벨트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내정된 마티아스 릴리엔탈 같은 인사들이 축제 기간 내한하는 것도 국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주목한 국내 작품은 어떤 것들일까. 라이젠의 러브콜을 받아 비엔나 페스티벌이 공동 제작한 홍성민의 ‘줄리엣’(Juliettttttt·30, 31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이 눈길을 끈다. 사실주의 연극, 번안극, 창극, 뮤지컬, 익스트림극 등 서로 다른 스타일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을 맡았던 12명의 여배우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해 줄리엣의 계보학과 유형학을 펼쳐낸다.

일본 이자요이 요시다마치 스튜디오의 초청을 받은 서현석의 ‘무대공포’(4월 12∼14일 백성희장민호극장)도 주목할 만하다. 서현석은 세운상가와 청계천 일대를 무대로 한 장소특정 공연 ‘헤테로피아’(2011년)로 주목 받는 작가. 일본 요코하마의 구도심을 무대로 한 장소특정 공연으로 발전될 ‘무대공포’는 마음속 거울이 고장 난 자폐증과 세상의 거울로서 연극의 상관관계를 묻는다.

북한에 피자 요리법 동영상을 들여보내고 이를 본 북한 주민의 반응까지 담아낸 ‘모두를 위한 피자’(2011년)로 화제를 모은 김황이 그 속편으로 제작한 ‘x: 나는 B가 좋던데 y: 나도 스물아홉이야’(30, 31일 메리홀 대극장)도 있다.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소리 없이 영상으로만 이뤄지는 실시간 화상대화를 통해 사회문화적 맥락의 차이가 어떻게 의사소통을 방해하는가를 보여준다. 한화증권 CF와 가수 가인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양의 시선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한 남동현의 ‘양의 침묵’(4월 1, 2일 소극장 판)도 기대작이다. www.festivalbom.org, 02-730-9617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페스티벌 봄#국내작품#줄리엣#무대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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