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종철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는 모두 못박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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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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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못의 사회학’ 펴낸 ‘못의 시인’

20년 넘게 못에 관한 연작 시집을 펴내고 있는 김종철 시인. 문학수첩 제공
20년 넘게 못에 관한 연작 시집을 펴내고 있는 김종철 시인. 문학수첩 제공
김종철 시인(66)이 시집 ‘못의 사회학’(문학수첩·사진)을 최근 펴냈다. 1992년 ‘못에 관한 명상’으로 시작해 ‘등신불 시편’(2001년) ‘못의 귀향’(2009년)으로 이어진 못에 관한 네 번째 연작 시집이다. 그는 왜 못에 천착하는 걸까.

시인은 1960년대 초 중학생 때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그는 한 수녀의 교리 공부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단다. 못을 박고 그 못을 뺀 수녀는 “다른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을 일을 하지 마라”라고 했다는 것. 못은 빠졌지만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그가 받은 세례명은 교부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유명한 아우구스티노(아우구스티누스). 시인이기도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대천사 미카엘 같은 ‘멋진’ 세례명을 받았는데 저는 고작 시인이라서 속이 상했지요. 그런데 방학 때 일기를 썼는데 나중에 보니 시 같더군요. 그렇게 못과 시가 제 가슴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시집에 담은 못 연작시는 15편이지만 “넓게 보면 시집에 담은 모든 시가 못의 시”라고 시인은 말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 모두가 못 박힌 사람들이라는 게 그의 지론.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의 피해는 이렇게 그려진다.

‘나쁜 조련사일수록 일급이 되는/삼성 동물원과 LG 동물원/배상도 적고, 잡혀도 잠깐 사는 솜방망이 처벌/빼곡이 철창에 가둔 불공정 독점 계약/사는 게 별거냐고//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을만 죽는 을사(乙死)조약’(시 ‘우리 시대의 동물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펴낸 문학수첩의 대표였던 김 시인은 맏딸 김은경 씨에게 1일자로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줬다. “이젠 술이나 먹어야지”라며 그는 호탈하게 웃었다. 2년 내에 일본군 위안부처럼 역사적 사건으로 못 박힌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시집을 낼 생각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못의 사회학#김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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