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CAR]한국서도 디젤 승용차가 대세가 되지 말란 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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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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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엔진 다시 보자

BMW 520d
BMW 520d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디젤엔진 달린 승용차가 있다”고 하면 다들 믿지 않았다. 디젤엔진은 시끄럽고 덜덜거려 화물차나 대형버스에나 달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1980년대 초반 대우자동차가 ‘로열 디젤’ 승용차를 선보인 적도 있지만 소음과 진동이 심해 “차 옆에 서 있는 사람까지 흔들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달릴 때 꽁무니에서 검은 연기를 토해내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힘도 약해서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디젤엔진은 우리나라 승용차 시장에서 금기어로 여겨질 정도였다.

국내에 다시 디젤 자동차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독일 차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이 골프 디젤 모델을 들여와 실속파 운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휘발유엔진 기술 개발이 한계에 달해 큰 발전을 찾아볼 수 없는 사이 디젤엔진은 최근 10년 사이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 소음과 진동은 줄었고, 반응은 빨라졌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자랑하는 2L 디젤엔진의 경우 토크는 3L급 휘발유 엔진과 맞먹고, 출력도 동급 휘발유엔진을 능가한다. 연비까지 훌륭하다. 공인 연비는 휘발유엔진보다 조금 뛰어난 정도지만, 실제 타보면 휘발유 차보다 두 배 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2L급 승용차로 꽤 빠른 속도로 달려도 서울∼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다. 디젤엔진 특유의 ‘검은 연기’도 사라진 지 오래다. 기술 개발 덕분에 디젤엔진은 휘발유엔진보다 배기가스가 깨끗하다. 1936년 최초의 디젤 승용차를 선보였던 메르세데스벤츠는 “앞으로 휘발유엔진의 목표는 디젤엔진의 장점을 닮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젤엔진은 ‘대세’가 됐다. 폴크스바겐 골프를 시작으로 BMW의 520d가 대박을 터뜨리며 국내 수입차 점유율을 높이는 첨병이 됐고, 이제 디젤엔진 없이는 승산이 없다고 할 정도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연비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대형 승용차 시장에도 디젤 붐이 불고 있다. 저속 토크가 강해 편하게 운전할 수 있고 주유 1회당 주행 가능 거리가 길어 주유소에 자주 들르지 않아도 된다. 소음이나 진동은 차 내부에서 거의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디젤엔진을 한 번 경험해본 사람들은 다시 찾게 마련이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디젤 승용차가 주류였다. 유럽 대륙에서는 하루에 1000km 이상을 달리는 것도 일반적이기 때문에 연비가 좋은 차가 각광받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한 디젤엔진은 쭉 뻗은 독일 아우토반을 일정한 속도로 달리거나, 라면 면발처럼 구불구불한 이탈리아 산악 도로를 달릴 때도 매우 유리하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자마자 힘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회전수를 높이지 않고도 가뿐하게 달릴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 디젤 승용차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디젤 연료가 휘발유보다 값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화되기 어렵고, 일본은 차량 이용 빈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많을수록 유리한 디젤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입차 시장의 디젤 차 점유율에서 알 수 있듯이 디젤이 매우 유리한 교통사정을 갖고 있다. 신형 디젤엔진 개발에 안일하게 대처했던 일본 차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세’에 신속하게 발맞춰야 할 때다.

신동헌 남성지 ‘레옹’ 부편집장
#디젤엔진#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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