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여걸, 태평양 양쪽서 케이팝 띄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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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요시미 YG 일본법인 지사장은 “니혼TV 특집 드라마에 빅뱅 승리를 출연시키고 2월 말에 나오는 빅뱅 대성의 솔로 앨범에 일본 명곡을 재해석해 담았다. 대중과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와타나베 요시미 YG 일본법인 지사장은 “니혼TV 특집 드라마에 빅뱅 승리를 출연시키고 2월 말에 나오는 빅뱅 대성의 솔로 앨범에 일본 명곡을 재해석해 담았다. 대중과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세계 대중문화계는 케이팝 신드롬으로 크게 흔들렸다. 유튜브의 힘만은 아니었다. 현지와 한국 시스템의 가교 역할을 한 여걸(女傑)이 태평양 양편에 있었다. YG 엔터테인먼트 미국법인의 앨리나 모팻 지사장(36)과 일본법인의 와타나베 요시미 지사장(45)이다. 이들은 지난해 빅뱅과 2NE1의 미국, 일본 콘서트 성공과 4월 열릴 지드래곤의 일본 3개 돔 투어 성사도 견인했다. 현지 음반사 중역 자리를 박차고 나온 그들을 로스앤젤레스와 도쿄에서 만났다.

○ 에미넴 변호사에서 케이팝 전도사로… 앨리나 모팻 YG USA 지사장

YG 합류 전 모팻 지사장은 세계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에서 법무팀 변호사로 일했다. 미국 최정상급 래퍼와 프로듀서인 에미넴, 50센트, 팀벌랜드가 주고객이었다. 그의 모친은 한국인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혼혈이지만 한국인 새아버지 덕에 사실상 한국가정에서 자랐다. ‘엄마와 본 한국 드라마’는 미국 힙합이 아닌 케이팝에 눈뜨게 해줬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눈에 들어온 빅뱅과 2NE1은 미국 라디오에서 들어왔던 음악과 비슷하면서도 달랐어요. 음악과 비주얼 양면에서 그들만의 신선한 방식이 있었거든요.”

모팻은 유니버설을 박차고 나와 지난해 문을 연 YG 미국법인의 지사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케이팝이 좋은 거라면 팬으로 머물러도 됐을 텐데. “YG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과 가장 잘하는 일이 황금비율을 이룰 곳이었죠. 유니버설은 이미 큰 회사이지만 YG는 도전하고 성장하는 걸 볼 수 있는 회사니까요.”

그는 지난해 복이 터졌다. YG로 옮기자마자 ‘강남스타일’이 터진 것. 싸이 덕을 가장 크게 본 사람이 아니냐고 물었다. “싸이 덕에 편해지긴 했어요. YG가 어떤 회사인지 설명하는 시간이 현저히 짧아졌죠. 지난해 빅뱅과 2NE1의 미국 투어를 성사시키고 이를 현지 매체에 잘 알릴 수 있었죠.”

모팻은 “미국 시장에서 케이팝을 ‘코리안 뮤직’이 아닌 ‘뮤직’으로 연착륙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YG 미국법인은 지난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에서 오디션을 열어 현지 스타 발굴에 나섰다. “빅뱅과 2NE1은 여기서도 희소성을 갖춘 아이돌이죠. 음악과 안무에 멤버들이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면 대중이 더 움직일 거예요. 제 몫이죠. 두근두근합니다.”

YG 엔터테인먼트 미국 지사장 앨리나 모팻.
YG 엔터테인먼트 미국 지사장 앨리나 모팻.
○ 한일 관계자 녹이는 ‘귀요미’ 대표… 와타나베 요시미 YG 일본 지사장

20대처럼 보이는 동안의 와타나베 지사장은 한일 양국에서 ‘귀요미’로 통한다. 도쿄 사무실에서 일하는 그는 한 달에 한 번,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에 건너와 양현석 YG 대표, 실무자들과 전략회의를 한다. 일본인 특유의 상냥함과 철저한 프로 의식으로 양국 관계자들의 칭찬을 받는다. YG 저팬의 부사장으로 일하다 지난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일본 최대의 음반사인 에이벡스 트랙스에서 10년 이상 일본 톱 가수들의 매니지먼트를 해왔다. “2NE1과 빅뱅을 본 뒤 ‘어떻게 하면 저런 신선한 그룹을 기획할 수 있나’ 하는 궁금증을 품었죠. 일본의 시스템에서는 나올 수 없는 거였거든요. 마침 YG와 일할 기회가 왔죠.”

와타나베는 YG 시스템 내부를 들여다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공격적인 소셜네트워크 마케팅과 뮤지션, 프로듀서의 창의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자유로운 분위기…. 이전 회사는 사무실은 컸지만 이런 건 불가능했거든요. 양 대표의 아티스트적인 사고방식도 인상 깊었어요.”

현지 업계를 꿰뚫어온 그가 전망하는 케이팝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 “YG만의 독특한 음악은 한류를 넘어서 별개의 브랜드를 형성하고 있어요. 한류가 마니아의 장르로 굳어지면서 개성이 두드러진 아티스트가 더 사랑받게 될 겁니다. YG는 일본 대중보다 스타일 면에서 너무 앞서 있는 게 오히려 단점이 될 정도예요. 그 간극을 메우는 게 앞으로 제가 할 일이죠.”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모팻#요시미#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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