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생생한 화면-입체 음향, 앞좌석 중앙이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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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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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 영화관, 비싼 만큼 제값 뽑으려면

영화관 하드웨어의 빠른 발달이 영화 마니아들의 중심 화두로 부각하고 있다. 최근에 아이맥스 디지털 3D로 상영된 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파이’중한장면을서울용산의한 아이맥스 전용관 스크린에 합성한 이미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영화관 하드웨어의 빠른 발달이 영화 마니아들의 중심 화두로 부각하고 있다. 최근에 아이맥스 디지털 3D로 상영된 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파이’중한장면을서울용산의
한 아이맥스 전용관 스크린에 합성한 이미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에 사는 30대 중반의 K 씨. 미혼인 그는 바쁜 일상에 치여 살지만 여전히 그의 중요한 취미활동은 ‘영화 감상’이다. 하지만 그 영화 감상이란 게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 집에 홈시어터 장비는커녕 TV조차도 없는지라 PC로 영화를 보거나 가끔 쇼핑센터를 어슬렁거리다 극장으로 향하는 수준이다.

그러던 K 씨가 지난해 봄 낯선 경험을 하게 됐다. 용산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은 그는 난생처음 3차원(3D) 영화라는 걸 봤다. ‘헐크’와 ‘아이언맨’ 등 어릴 적 즐겨 보던 미국의 마블코믹스 만화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하는 ‘어벤져스’였다.

그는 1만6000원이란 비싼 티켓 가격에 한 번, 무지막지하게 큰 아이맥스(IMAX) 스크린과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실감 나는 영상미에 두 번 놀랐다.

이후 K 씨는 2D나 스크린이 작은 상영관에선 왠지 모를 답답함과 밋밋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영화의 스토리나 출연배우 혹은 감독을 중심으로 영화를 선택했지만, 이제는 극장의 ‘스펙’에 더 눈길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는 앞으론 입장료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하드웨어’를 잘 갖춘 극장만 집중 공략하기로 결심했다.

스크린의 크기가 절대적일까?

K 씨는 관련 용어부터 검색했다. 최근 눈에 많이 띄는 ‘아이맥스’란 과연 무엇일까. 단순히 화면이 크면 모두가 아이맥스 영화관일까? 검색 결과 아이맥스란 관람객 시야에 꽉 차는 영상을 보여 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Eye+Max)이며, 캐나다의 영상 관련 회사의 이름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릴 적에 63빌딩이나 대전 엑스포에서 봤던 거대한 돔형 극장과 유사한 것이었구나.’

실제 요즘의 3D 전용 상영관에 가 보면 화면이 평평한 직사각형이 아니다. 3D 스크린은 앞으로 5도 정도 기울어져 있으며, 비율도 좌우로 길쭉한 직사각형이라기보다는 정사각형에 가깝다. 화면이 휘어 있는 것은 관람객의 시야에 맞춘 것이다.

스크린 사이즈로 인기를 얻고 있는 극장을 살펴보니 C사의 부산 센텀관(가로 27m) 왕십리관(가로 22m) 등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 국내 최대로 불렸던 63빌딩 아이맥스극장 스크린의 가로 길이는 24m다. 일반 극장 스크린의 가로 길이가 12m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크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화면이 크다고 해서 특별히 감동이 더 컸던 것은 아니었다. 자료를 더 찾아보니 그가 보려고 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년 6월)이란 영화의 아이맥스3D 뒤에 조그맣게 ‘DMR’란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DMR는 디지털 미디어 리마스터링(Digital Media Remastering)이란 뜻이야. 그러니까 일반 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아이맥스용 디지털 소스로 바꾼 영화라는 얘기지.”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자 궁금한 점이 생겼다. 좀 밋밋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왜 그랬을까. 일반 영화와 아이맥스 영화의 화면 비율이 다르다 보니, 그저 아이맥스에 맞춰 포맷을 바꾼 영화였기 때문에 밋밋했던 걸까?

한 달도 되지 않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 최초로 본격적인 ‘아이맥스 전용’으로 촬영된 상업영화의 개봉 소식이었다.

지난해 7월 말 K 씨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아이맥스관에서 보자고 결심하고 다시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이 영화를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할 수 없었다. 극장을 찾을 때마다 예매가 이미 끝나 있거나 구석 자리만 남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극장의 아이맥스관은 3D가 아니라 2D라는 사실도 맘에 걸렸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3D관(C사는 ‘디지털 3D’, L사는 ‘리얼D’)에서 관람했다. 영화 가격은 일반관(8000원)보다 조금 더 비싼 1만2000원 내외였다. 특별하게 3D 느낌을 받지는 못했지만 사운드나 내용 모든 측면에서 크게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영화 마니아 친구 Y 씨로부터 핀잔을 듣고 만다.

“바보…. 다른 건 몰라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만큼은 아이맥스 2D로 봐야 했던 거야.”(친구 Y 씨)

“3D가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나?”

끊임없이 등장하는 용어 DMR-HFR-4K…

분명 차이가 있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일반 카메라로 촬영해 아이맥스용으로 바꾼 기존 대작 영화들과 달리 상영시간 2시간 45분 가운데 1시간 가까이를 아이맥스 전용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그 전의 기록은 ‘미션 임파서블4’의 23분이 최고였다.

아이맥스 전용 카메라는 70mm 필름을 사용해 촬영한다. 일반 35mm보다 월등한 화질과 해상력을 자랑한다. 비용도 압도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웬만한 대작 영화가 아니라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모험이다. 그런데 아무리 아이맥스 영화라도 3D로 바꾸면 시야각이 줄어들어 화면이 어두워지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놀런 감독은 영화를 2D 위주로 개봉한 것이다.

다크 나이트의 압도적 액션 영상을 못 본 아쉬움도 잠시, 새로운 사실을 알고 나니 더 흥미가 생겼다. 이후 K 씨는 ‘007 스카이폴’을 ‘아이맥스’ ‘DMR’ ‘2D’로 감상했다.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자부했다.

“소식 들었어? 12월에 개봉하는 ‘호빗―뜻밖의 여정’은 HFR 3D 버전이래.”(친구 Y 씨)

HFR는 또 무엇일까? K 씨는 당황했지만 이번에는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생겼다. 어차피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을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HFR란 ‘High Frame Rate’의 줄임말이다. 즉, 기존의 디지털 영화는 1초에 24개 프레임으로 영상의 움직임이 재현되지만 HFR 영화는 그 두 배인 초당 48개 프레임으로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필름이 두 배로 늘어나면서 영화의 색감이 훨씬 선명해지고 움직임 역시 매끄럽다. 아쉽게도 HFR 버전의 영화 ‘호빗―뜻밖의 여정’은 일부 영화관에서밖에 볼 수 없었다.

크고 화려한 영상에 집착하던 K 씨에겐 ‘4K 디지털’이란 표현도 신기했다.

K란 1000을 뜻한다. 즉, 가로 약 4000화소를 담을 수 있는 고해상도로, 디지털 시네마의 차세대 표준을 의미한다. 기존의 디지털 영화는 2K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4K 화질과 2K의 화질이 두드러질 정도로 차이를 보이지 못한다는 소식에 실망했다. 4K의 화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특수 영사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경 써 챙겨야 하는 사운드 기술과 브랜드

한편 K 씨는 다시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을 접했다. ‘호빗’의 사운드가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방식으로 녹음됐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값비싼 영화관을 찾아다니면서 점차 사운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도 했다. 돌비시스템이나 5.1채널 등은 상식적으로 추론이 가능했지만 ‘애트모스’란 무엇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돌비 애트모스’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오디오 시스템으로 사물의 움직임과 위치에 따라 입력된 소리를 조절할 수 있다. 사운드 효과를 살아 움직이는 동적인 존재로 만들 수 있어, 사나운 용과 싸우는 난쟁이 호빗의 모험에 극적인 효과를 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K 씨는 HFR는 포기한 대신 사운드에 집중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국내에는 영화관의 크기보다는 사운드에 특화된 극장이 더 많아 보였다.

M사의 서울 코엑스 상영관에는 미국 카네기홀과 오페라 하우스, 국내에서는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에 설치됐다는 ‘마이어 사운드 EXP(Meyer Sound EXP)’가 설치돼 있고, C사의 여의도관은 전관이 3D 입체사운드가 장착된 사운드 특별관인 ‘SOUNDX’를, L사는 바코(Barco)사의 3차원 입체음향 시스템 ‘오로(Auro) 3D’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중이었다.

한편 아이맥스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K 씨의 극장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은 영화 전 분야로 넓어졌다. 심지어 어떤 좌석에서 볼 때 최적의 화면비율을 느낄 수 있을지 비교연구도 시작했다. 결국 고수일수록 앞좌석 가운데 자리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K 씨는 최근 ‘라이프 오브 파이’를 3D 아이맥스 버전으로 관람했다. 물론 앞좌석 가운데에 앉았다. 비싼 티켓 값을 상쇄할 만큼의 만족할 만한 영상 경험이었다.

그의 올여름 소망은 세계 최대의 스크린이라는 뉴질랜드 실비아 파크 콤플렉스(가로 30m)에 직접 가 보는 것과 필름으로 상영하는 진짜 아이맥스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필름으로 상영하는 상업극장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4K에 근접한 아이맥스 디지털 영화가 필름 70mm와 대등해지려면 최소한 8K까지는 도달해야 한단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영화관#아이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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