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안 고구려비, 광개토대왕이 세운 고구려 最古 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0일 1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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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독창적인 석비 문화 보여주는 자료"
한국고대사학회 지안 고구려비 분석

지난해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마셴(麻線)향 마셴촌에서 발견된 '지안 고구려비'가 광개토대왕이 세운 현전(現傳)하는 고구려 최고(最古)의 비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호규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30일 한국외대 오바마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고대사학회 주최 지안 고구려비 언론설명회에서 "광개토대왕이 부왕인 고국양왕이 388년(戊子年·무자년) 제정한 율(律)에 입각해 건립한 수묘(守墓)비의 하나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여 교수는 "확정할 수는 없지만 학회 내부 검토 회의 결과 비문의 내용, 광개토대왕비(414년 건립)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광개토대왕이 세운 비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개토대왕비 비문 마지막에 보면 수묘제 관련 내용이 나오는데 지안 고구려비의 수묘제 내용이 더 구체적이고 (광개토대왕비의) 전 단계 표현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고대사학회 연구이사인 윤용구 인천도시개발공사 박사는 비석 건립 시기의 핵심 단서인 비석 본문의 '戊□'(□는 훼손된 글자)를 '무자년(戊子年)'과 '무오년'(戊午年) 중 어느 것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연구자들 사이에 다소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면서 "현지 실물 조사와 정밀한 탁본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지안 고구려비는 수묘제 등 고구려 제도사 연구의 획기적인 자료일 뿐 아니라 중국과는 다른 고구려만의 독창적인 석비(石碑) 문화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됐다.

지안 고구려비는 비석의 머리 부분이 삼각형 형태이고 비석의 몸체 부분은 장방형으로, 중국 후한대 이래 유행한 규수비(圭首碑)로 분석됐다.

여 교수는 "지안 고구려비보다 늦게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광개토대왕비는 당시 다른 곳에선 볼 수 없었던 고구려만의 독창적인 사각기둥형 4면비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사각기둥형 4면비는 충주 고구려비로 계승된다"면서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독창적인 문화를 창출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박사는 "(중국 국가문물국이 발행하는) 중국문물보는 비문의 서체가 예서지만 광개토대왕비의 예서와는 차이가 엿보인다고 했지만 현재 공개된 탁본이 매우 불완전해 정밀한 비교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석에 새겨진 218자 가운데 중국 연구진이 140자만 판독했지만 현지 조사와 좀 더 정밀한 탁본을 확보하면 더 많은 글자를 판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안 고구려비가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역사관을 발전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지 않으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여 교수는 "현 상황에서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비석 자체에 대한 연구를 진전시켜나가는 한편 지안 고구려비발견을 계기로 중국과 긴밀히 공동 연구를 한다면 오히려 (동북공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윤 박사도 "이미 동북공정으로 한국과 중국 양국이 모두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섣부른 접근은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할 뿐 아니라 한국 연구자들의 현장 조사나 자료 접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 논란을 빚은 동북공정 참여 학자들을 지안 고구려비 연구팀에 대거 투입했으며, 중국이 지안 고구려비 연구 결과를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에 귀속된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고대사학회 회장인 이영호 경북대 교수는 "학회 차원에서 지안 고구려비를 연구하는 팀을 만들어 판독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광개토대왕비와 유사한 측면이 많은 만큼 두 비석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집중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비석 전면은 물론 뒷면에도 글이 적혀 있는 만큼 비석 전문이 정확히 판독되면 엄청난 중요한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4-5세기 고구려연구 열기가 살아나는 것은 물론 국내 역사학계 전반의 연구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석 뒷면에는 왕릉에 묻힌 인물과 왕릉을 관리한 수묘인 20명의 명단이 새겨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고대사학회는 오는 4월 13일 지안 고구려비 분석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며, 또 정부 관련 부처, 연구기관 등과 협력하는 한편 중국과의 공동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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