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극계 거장 히라타 오리자의 ‘현대구어연극론’ 번역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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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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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다. 하지만 정작 그의 이름이 뭘 뜻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0년대 국내 일본연극 붐의 진원지로 꼽히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히라타 오리자(50·사진) 말이다.

그 이름의 ‘오리자’는 일본어가 아니다. 쌀을 뜻하는 라틴어다. 그의 연극엔 그 이름의 비밀이 숨어있다. 그는 오늘날 연극이 너무 서양의 극작 문법에 지배된다고 생각한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것처럼 ‘연극이 우리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 되려면 있는 그대로의 우리 일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인과 한국인에게 그 일상을 대표하는 것이 뭘까. 끼니마다 먹어야 하는 ‘밥’이다. 우리들 밥상을 빛내는 것은 고기반찬이나 생선, 김치처럼 뭔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밥상의 주인은 가장 심심한 밥이다. 그 밥의 주재료로서 쌀을 이름으로 삼은 그의 연극은 밥을 닮았다. ‘조용한 연극’으로 통칭되는 그의 연극은 특정한 한 공간에서 일정 시간 동안 펼쳐지는 일상을 채보해 극화해내면서 그 이면에 감춰진 일본인의 ‘혼네(본심)’를 날카롭게 묘파한다. 밥을 주식으로 삼는 한국인의 심성에도 강렬한 공감의 파장을 빚어낸다.

그 연극론을 담은 책이 번역됐다. ‘히라타 오리자의 현대구어연극론’이다. 히라타의 작품을 많이 번역한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성기웅 씨와 연극학자 이성곤 씨가 함께 번역한 이 책에는 ‘조용한 연극’으로 잘못 알려진 히라타 연극의 뜨거운 진면목이 담겼다. 1만7000원.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현대구어연극론#히라타 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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