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스케일과 만난 ‘대학로 뮤지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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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진 연출 뮤지컬 ‘완득이’ ★★★★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정서에 대형 뮤지컬의 스케일을 더한 창작 뮤지컬 ‘완득이’.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신(神)’ 캐릭터(배우 이정수·가운데)가 폭소를 자아낸다. 에이콤인터내셔날 제공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정서에 대형 뮤지컬의 스케일을 더한 창작 뮤지컬 ‘완득이’.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신(神)’ 캐릭터(배우 이정수·가운데)가 폭소를 자아낸다. 에이콤인터내셔날 제공
‘빨래’,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식구를 찾아서’처럼 서민의 애환을 따뜻하면서 유머 코드를 듬뿍 넣어 경쾌하게 풀어내다가 막판 짠한 감동을 안기는 대학로표 소극장 뮤지컬이 ‘스케일’과 제대로 만났다. 뮤지컬 ‘완득이’(김명환 각색·작사)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모은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 이야기나 무대 문법에서 앞에 나열한 소극장 뮤지컬을 따르면서도 웬만한 대형 뮤지컬 못지않은 무대 세트에 시원한 군무와 볼거리들을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태생은 분명 대학로 뮤지컬이지만 그 범주를 뛰어넘었다.

공연장의 위치도 절묘하다. 700석 규모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다. 이화사거리 모퉁이에 최근 새로 들어선 홍익대 대학로 캠퍼스 건물 안에 있다. 대학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이화사거리에 대학로 일대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이 들어선 셈이다.

이 작품이 개막 전부터 궁금증을 일으킨 또 다른 이유는 연출자가 ‘명성황후’ ‘영웅’처럼 묵직한 역사극을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처럼 풀어낸 윤호진 씨라는 점이다.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자동차(1996년식 티코)가 무대에 등장하고 배우가 운전까지 하는 장면은 처음 봤다. 처음 시작할 때 딱 소극장 서민 뮤지컬의 무대를 닮았던 세트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외계인 자동차처럼 교실로, 달동네의 골목으로, 킥복싱 경기장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극 막판 완득이가 링에 오르는 장면을 밝은 바탕에 실루엣만으로 처리한 장면은 뮤지컬 ‘아이다’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동명 소설과 영화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있었다. 이번 뮤지컬에선 관객이 포복절도할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했다. 틈만 나면 완득이가 ‘동주 좀 죽여줘요’라고 기도하는 달동네 교회의 ‘신’이다. 거대한 몸집과 산적 같은 얼굴의 배우 이정수가 앙드레 김을 연상시키는, 어깨 부분이 심하게 과장된 흰 정장을 입고 나온다. 이 씨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완득이의 이웃 ‘씨불놈’과 동주의 아버지까지 1인 3역을 소화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서편제’의 한지상과 함께 주인공 완득이를 번갈아 맡는 정원영은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에서 보여준 대로 소년 같은 얼굴이다. 날렵한 몸놀림에 랩도 잘 소화해 시니컬한 소년 완득이의 이미지에 딱 맞았다. 그룹 동물원의 리더 박기영이 처음 작곡한 뮤지컬 넘버들은 친근하고 서정적이면서 대사의 역할까지 훌륭히 해냈다.

극 막판 관객의 감정을 반복적으로 고조시키면서 질질 끄는 마무리 처리는 아쉽다. 김이 새면서 감동의 밀도도 약해졌다. 뒷부분은 오히려 여운을 남기는 과감한 생략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 : i : :

내년 3월 23일까지의 공연티켓을 팔지만 연장 공연 가능성 거의 100%. 3만∼5만 원. 02-2250-5900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완득이#김려령#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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