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연주로 영혼을 울리는 두 거장, 12월 내한 공연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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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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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거장이 겨울의 문을 두드린다. 프랑스와 일본의 대중음악을 대표해온 파트리시아 카스(46)와 사카모토 류이치(60)가 12월 초 나란히 내한한다. 미국 뉴욕에 있는 두 사람을 e메일로 만났다. ‘몽 메크 아 무아’ ‘케네디 로즈’의 카스는 최근 에디트 피아프(1915∼1963) 50주기를 맞아 그의 명곡을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재해석한 앨범 ‘카스 샹트 피아프’를 내놓고 세계 11개 도시 순회공연에 나섰다. 아시아에서는 12월 2,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만 선다. 3만3000∼16만5000원, 02-2052-1386∼7. 영화 ‘마지막 황제’ 등의 선율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상을 탄 사카모토는 자신의 명곡을 피아노 트리오로 재해석해 12월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5만∼16만 원, 02-599-5743 》
▼ 파트리시아 카스 “피아프를 기리며” ▼

허스키한 음색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20여 년간 프랑스 샹송을 이끈 파트리시아 카스는 “제게 늘 잘해준 한국 팬들에게 특별한 공연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뮤직컴퍼스 제공
허스키한 음색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20여 년간 프랑스 샹송을 이끈 파트리시아 카스는 “제게 늘 잘해준 한국 팬들에게 특별한 공연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뮤직컴퍼스 제공
―피아프를 재해석했다. 당신과 피아프, 서로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인간적으로는 우리 둘 다 고독한 삶을 살았다. 가수로서는 피아프도 나처럼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노래를 끌어올린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본다.”

―무대 위에서 피아프의 생전 영상과 안무가 어우러진다고 한다. 한국에서 어떤 공연을 보여줄 건가.

“공연 중간에 피아프의 생전 미공개 영상을 상영할 것이다. 댄서와 비디오, 멋진 무대 세트가 섞여 마술과 같은 공연이 될 것 같다.”

―20여 년간 모스크바, 하노이, 체르노빌 등 유달리 ‘논란의 땅’, 특별한 공연장에 많이 섰다. 당신의 영혼을 가장 압도한 장소는 어디였나.

“22세 때 옛 소련의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에서 2만 관중 앞에 섰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정말 놀랍고 특별했던 공연이다.”

―‘장밋빛 인생’ ‘사랑의 찬가’ 등 피아프의 숱한 명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아베크 스 솔레유(이 태양과 함께).’ 우리는 어릴 적 소망을 품고 사랑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 사회는 우리를 어른의 세계로 데려가 버린다. 모든 꿈이 부서지는 상황을 노래한 곡이다. 정말 아름답다.”

―당신만의 허스키한 음색이 매력이다. 영미권 ‘디바’들과 차이는 무엇일까.

“비욘세는 비욘세이고, (셀린) 디옹은 디옹이다. 카스는 카스다. 이게 정답이다. 영국의 아델과는 꼭 한 번 듀엣을 해보고 싶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내 삶에 프랑스는 열정을, 독일은 절제와 근면을 가져다줬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가수이지 정치가가 아니다. ‘강남스타일’은 한국 노래이지만 일본을 포함한 세계에 기쁨을 줬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만의 정의가 있다면 들려 달라.

“마음 깊숙한 곳, 진심에서 나오면 된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의 영혼에 닿을 수 있는 노래여야 한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음악은 웃음이나 눈물을 줄 수 있다. 음악은 인류 최고의 선물이지만, 그걸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음악인으로 앞으로의 꿈은….

“일단 이번 월드 투어를 잘 마치고 싶다. 에디트 피아프를 젊은 친구들한테 새롭게 들려주고 싶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 한 세기의 문화를 풍요롭게 해준 이에게 바치는 헌정이다. 그의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한다.”
▼ 사카모토 류이치 “황제여 다시 한 번” ▼

1970년대부터 전자음악을 실험한 사카모토 류이치는 “최근 독일 미디어 아티스트 알바 노토와 함께 공연하고 도쿄현대미술관에 설치 작품을 내느라 바빴다”고 했다. C&L뮤직 제공
1970년대부터 전자음악을 실험한 사카모토 류이치는 “최근 독일 미디어 아티스트 알바 노토와 함께 공연하고 도쿄현대미술관에 설치 작품을 내느라 바빴다”고 했다. C&L뮤직 제공
―새 앨범 제목이자 이번 공연의 주제인 ‘스리(THREE)’는 무엇인가.

“1996년에 낸 피아노 트리오 앨범 ‘1996’의 자매 음반이다. 지난해 첼리스트 자케스 모렐렌바움, 바이올리니스트 주디 강과 유럽 공연을 한 뒤 묻어두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포르투갈에서 녹음을 했다.”

―음악을 만들고 배우로도 출연한 영화 ‘마지막 황제’가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 됐다. 그 작업으로 많은 상도 받았다. 돌이켜보면 어떤가.

“톈안먼 사태 이전의 중국을 느껴볼 수 있었다는 것은 굉장히 귀중한 경험이었다. 상에는 관심이 없다. 상을 받기 위해 일한 적도 없다.”

―한국에서 어떤 공연을 보여줄 생각인가.

“모렐렌바움과 강, 나 이렇게 세 사람의 호흡이 딱 맞는 앙상블을 들려주고 싶다. ‘마지막 황제’ 같은 옛 곡들뿐 아니라 올해 작곡한 신곡도 연주할 것이다.”

―전자음악으로 시작해 클래식부터 월드뮤직까지 세계의 다양한 음악에 도전해 왔다. 한국이 당신에게 끼친 영향이 있다면….

“김덕수 씨와 좋은 친구 사이로 그를 깊이 존경하고 있다. 또 가야금 연주, 판소리, 아악을 굉장히 좋아한다. 케이팝은 노래와 춤은 훌륭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미국 음악의 흉내를 내는 건지 모르겠다.”

―올해 환갑이다. 이후의 인생은….

“22년째 미국 뉴욕에 살고 있지만 앞으로 1년의 절반은 내가 태어난 땅 일본에서 살고 싶다. 예술가 중 50세가 되기 전에 세상을 뜬 이가 많다. 이후의 인생은 포상이라 생각한다.”

―환경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생각이 많았겠다.

“평소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잊었다는 생각에 후회가 됐다. 원자력발전은 자기 세대의 이익을 위해 미래 몇백 세대에까지 핵 쓰레기를 남기는 것이다. 이보다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은 없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10대 때 나치의 대중문화 선동에 대해 들은 뒤, 음악을 그렇게 이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9·11테러 직후 공포에 질려 몇 주 동안이나 음악을 만들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음악이란 평화로울 때 비로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한일 간에도 평화로운 우호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길 희망한다.”

―요즘 빠져있는 음악은….

“브루크너. 낭만파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공부를 하고 있다.”

―음악가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꿈을 말해 달라.

“일기처럼 피아노곡을 쓰고 싶다. 후쿠시마 사람들을 위해 풍차와 도서관을 세우고 싶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파트리시아 카스#류이치 사카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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