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는 문양(文樣)의 고증에 틀린 부분이 눈에 띈다. 영화 초반 광해군이 살해 위험에 시달리며 예민해지는 모습을 그린 장면에서 금으로 된 어보(御寶)가 등장하는데, 손잡이 모양이 용(龍)이었던 것.
어보는 조선시대 국가에서 제작한 인장(印章)으로 왕과 왕후, 왕세자, 왕세자빈 등 왕실 인물에게 수여했다. 중국, 즉 당시 명나라 어보가 황제를 상징하는 용 모양의 용뉴(龍紐)인 반면, 조선의 어보는 제후국에 준해 거북 모양인 귀뉴(龜紐)였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로 칭한 후에야 용뉴가 등장했다. 따라서 광해군은 용뉴를 가질 수 없었다.
이 영화의 기획, 투자,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당시 용 모양 어보를 쓸 수 없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미학적으로 거북보다는 용이 더 잘 어울려서 쓴 것”이라며 “광해군의 중립외교를 강조하려는 등의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연산군 시대를 다룬 영화 ‘왕의 남자’에도 문양의 오류가 있었다. 2005년의 ‘1000만 돌파 영화’(최종 1230만여 명)였던 이 영화는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을 재현한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현재 인정전 용마루(건축물 지붕 중앙에 있는 주된 마루)에는 ‘오얏꽃’(자두꽃) 장식이 있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일본 왕실의 문장(紋章) 국화를 본떠 대한제국의 문장을 조선 왕조의 성인 이(李)씨를 뜻하는 오얏꽃으로 정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연산군 시대에는 인정전 용마루에 오얏꽃 문양이 없었다. 이를 제대로 고증하지 못한 제작사가 인정전 세트를 만들 때 오얏꽃까지 그대로 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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