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경찰 “전치 3주 이상 상해 입히면 정당방위 요건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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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잘 안다. 술집에서의 싸움은 대부분 “왜 째려보냐”는 말로 시작된다는 것을. 그때 어찌해야 할지도 대충은 안다. 먼저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먼저 손찌검을 하더라도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쌍방폭행으로 함께 입건된다는 것 말이다.

초년병 기자들이 야밤에 경찰서를 돌다가 가장 많이 보는 단어가 쌍방폭행 또는 쌍피(쌍방 피해)였다. 그만큼 우리나라 경찰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싸움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상해 또는 폭행 혐의로 입건해 왔다. 그러나 최근 다툼의 시시비비를 가려 사건 처리를 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정당방위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그 덕분에 정당방위로 인정돼 처벌을 받지 않은 사례가 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예년의 4, 5배 정도는 된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증언이다. 예전에는 처벌을 받기 쉬웠던, 시비 과정에서 상대방의 멱살 또는 팔을 붙잡거나, 몸을 밀치거나, 팔다리를 할퀴거나 한 경우가 특히 구제를 많이 받았다.

경찰청의 김광남 폭력계장은 “예전에는 폭행을 피하기 위해 상대방을 밀치다 상처를 입혔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는 등 억울한 경우가 있었다”며 “정당방위 인정이 늘어난 후 현장(민원인)의 반응이 꽤 좋아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당방위 판정을 위해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낸 지침 8가지다. 다만, 일반적인 폭행 사건에 준한 것이라 큰 기사의 사례와 같은 급박한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정당방위 식별 기준

① 방어 행위여야

② 도발하지 않아야

③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④ 가해자보다 더 심한 폭력은 안 돼

⑤ 흉기나 위험한 물건 사용은 안 돼

⑥ 상대가 때리는 것을 그친 뒤의 폭력은 안 돼

⑦ 상대의 피해 정도가 본인보다 심하지 않아야

⑧ 전치 3주 이상의 상해를 입히지 않아야

자료: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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