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뒤흔든 비틀스에 미쳐버린 코리안 ‘타틀스’와 ‘멘틀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 두 팀이 함께 ‘비틀스 결성 50년’ 헌정공연 꾸며

‘애비 로드’가 아니다. 비틀스 헌정 밴드인 타틀스와 멘틀스의 멤버들이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서교동 방면으로 길을 건너고 있다.
 왼쪽부터 조 카트니, 조지 중엽슨, 전 레넌(이상 타틀스), 박승혁, 김준홍(이상 멘틀스). 전 레넌은 리버풀 사투리, 조 
카트니는 경상도 사투리가 주무기다.
‘애비 로드’가 아니다. 비틀스 헌정 밴드인 타틀스와 멘틀스의 멤버들이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서교동 방면으로 길을 건너고 있다. 왼쪽부터 조 카트니, 조지 중엽슨, 전 레넌(이상 타틀스), 박승혁, 김준홍(이상 멘틀스). 전 레넌은 리버풀 사투리, 조 카트니는 경상도 사투리가 주무기다.
비틀스의 1969년 앨범 ‘애비 로드’ 표지. 영국 런던에 실존하는 동명의 장소에서 촬영됐다. 왼쪽부터 조지 해리슨,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존 레넌. 폴의 발에 주목. 동아일보DB
비틀스의 1969년 앨범 ‘애비 로드’ 표지. 영국 런던에 실존하는 동명의 장소에서 촬영됐다. 왼쪽부터 조지 해리슨,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존 레넌. 폴의 발에 주목. 동아일보DB
1962년 8월 18일 영국 리버풀 근교의 작은 공연장. 작은 키에 귀여운 얼굴을 한 링고 스타가 드럼 앞에 앉았다. 50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국인으로 불려온 4명, ‘패브 포(fab four·끝내주는 4인조)’가 정식으로 모인 순간이었다. 그해 낸 데뷔 싱글 ‘러브 미 두’가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이들은 ‘예스터데이’ ‘헤이 주드’를 포함해 숱한 명곡을 냈고 1970년 해체까지 단 8년 만에 세계 대중음악사를 썼다.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 사후, 비틀스의 라이브 콘서트를 볼 방법은 사라졌다. 그러나 여기 타틀스와 멘틀스가 있다. 더벅머리에 검은 정장을 맞춰 입고 영국식 억양으로 노래하는 이들은 한국인. 타틀스는 20, 30대 국내 인디 뮤지션들이 꾸린 프로젝트 팀이고, 멘틀스는 30∼50대 직장인들이 만든 밴드다. 타틀스는 비틀스의 철자 일부인 ‘비트(beat)’를 ‘때릴 타(打)’로 바꿨고, 멘틀스는 ‘젠틀멘’을 변형했다.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 클럽 타에서 만난 두 팀 멤버들은 서로 초면이라고 했지만 비틀스를 매개로 50년 된 친구처럼 수다를 떨었다. 두 팀은 11월 2일과 3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여는 비틀스 결성 50주년 기념 헌정공연 ‘싱잉 더 비틀스’에 참여한다. “따라하는 건 죽어도 싫다”는 이들이 “이들만은 죽어도 따라하고 싶다”는 비틀스의 명곡들을 화두로 삼아 이야기를 풀었다. 공연은 2만2000∼3만3000원. 02-3274-8600

○ ‘오늘 뉴스를 읽었어’(어 데이 인 더 라이프)-처음 비틀스를 들은 날

두 팀 다섯 멤버가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두 팀 다섯 멤버가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멘틀스에서 존 레넌 역할을 하는 김준홍 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73년 AFKN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헤이 주드’로 비틀스를 처음 접했다. “뭔지 모르지만 굉장히 좋다!” 중학교에 진학한 그는 주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스 음반들을 닥치는 대로 사 모으기 시작했다.

타틀스의 ‘조지 중엽슨’(정중엽)은 흑인 그룹 보이스 투 멘이 부른 ‘예스터데이’의 아카펠라 버전으로 비틀스를 처음 접했다. 스물다섯 살에야 비틀스 후기 음반부터 들으며 빠져들었다는 ‘조 카트니’(조태준)는 “그들의 영혼을 읽고 싶어 매일 들었다”고 말했다. 멘틀스와 달리 타틀스 멤버들은 비틀스 멤버들의 이름과 본명을 섞어 불렀다.

○ ‘손을 잡아도 된다고 말해줘’(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결성 계기

2010년 어느 날 오후, 클럽 타에서 비틀스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 타틀스의 ‘전 레넌’(전상규)은 조 카트니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경상도 출신인 카트니가 말했다. “기타 한 번 줘 보이소. 아참! 장기하와 얼굴들 베이시스트(정중엽)도 비틀스 ‘좋아한닥’ 하던데….” 조지 중엽슨은 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 ‘비틀스 전곡 악보집’을 들고 나왔다. 무조건 합격이었다. 밴드 ‘무중력소년’의 김영수가 ‘링고 영수’로 합류했다. 진짜 비틀스가 된 느낌이었다. “다 따라해 보고 싶었죠. 중간에 일부러 싸워도 보고, 일본인 여자친구도 사귀어 보고.”(전 레넌) “사귀면 총 맞는다니까….(웃음)”(조 카트니)

멘틀스는 2002년 인터넷 포털의 한 카페인 ‘비틀스 매니아’에서 결성됐다. 폴 매카트니 역할을 하는 박승혁 씨는 ‘레볼루션’ ‘프리 버즈’ 등 비틀스 헌정 밴드만 전전하다 김준홍 씨를 만나 멘틀스를 시작했다.

○ ‘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 있어’(예스터데이)-비틀스가 되는 건 어려워


타틀스의 네 멤버는 양복점부터 갔다. “스리보당(three button·단추 세 개짜리 정장) 찾느라 ‘증말’ 애먹었어요.”(조 카트니) “구식을 찾아 ‘고려양복점’에 갔죠.”(전 레넌)

‘요대로 해 주세요’ 하며 이들이 내민 비틀스 사진을 보고 고개를 젓던 주인아저씨도 나중에는 ‘연주를 해야 되니 꽉 맞으면 안 된다. 악기 잡은 포즈로 치수를 재자’며 열정을 불태웠다.

정장을 맞춰 입었다고 비틀스가 되진 않는다. 막상 연주해 보니 비틀스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이었다. “편곡을 달리해 재해석하는 건 차라리 쉬워요. 비틀스를 비틀스처럼 연주하는 건 정말 어려웠죠.”(김준홍) 먹먹한 소리의 질감을 재현하기 위해 장비도 옛것을 구했다. 복스 AC30 기타 앰프, 그레치(조지) 리켄바커와 에피폰 카지노(존), 호프너 베이스(폴) 등 기타도 그들이 쓰던 것을 어렵게 구하고 링고가 치던 루드위그 드럼까지 사 모았다.

이들은 가장 구현하기 힘들었던 비틀스 노래로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 ‘해피니스 이스 어 웜 건’ 등을 꼽았다. “‘해피니스…’ 녹음 때는 비틀스도 90번 이상 연주해 맞췄다고 해요. 8분의 9에서 8분의 10, 4분의 2에서 4분의 3박자로 변하는 악곡은 신비로울 정도죠.”(김준홍)

“신나는 로큰롤 곡 ‘올 마이 러빙’도 쉽지 않아요. 기타는 3연음으로 치면서 노래는 정박으로 불러야 하죠.”(조지 중엽슨) “각자 연습해서 합주해 보면 신이 안 나더라고요. 비틀스가 연주한 영상을 보니 연주는 서로 안 맞는데 하나의 생명체처럼 뭉치는 맛이 있더군요. 그때 깨달았죠. 독일 함부르크에서 맥주에 취해 있던 비틀스처럼 우리도 마시자!”(조 카트니)

○ ‘당신 꿈의 색깔에 귀 기울여봐’(투모로 네버 노스)

두 팀은 음악적으로는 누구도 흉내 내고 싶지 않지만 비틀스만큼은 똑같이 복제해 내고야 말겠다고 한다. 비틀스의 고향 영국 리버풀에 가 연주하고 싶다는 공통의 꿈은 멘틀스가 한발 앞서 이뤘다. 11월 18일 리버풀의 작은 클럽 카지미어에서 멘틀스는 한국 최초의 비틀스 헌정밴드 ‘김치스’의 베이시스트였던 심형섭과 함께 세 시간 동안 비틀스 명곡은 물론이고 ‘미인’ ‘커피 한 잔’ 등 한국의 옛 록 명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타틀스는 리버풀에서 열리는 비틀스 콘테스트에 나가는 게 목표다. “한국에서 한 팀도 못 나갔죠?”(박승혁) “저희가 먼저 가겠슴다.”(전 레넌) “가고는 싶지만 경비가 만만찮아서….”(김준홍) “채널A랑 동아일보 공동으로 다큐멘터리 한 편 찍죠. ‘타틀스-멘틀스, 리버풀에 가다!’”

비틀마니아(비틀스 광팬)인 기자의 마음도 꿰뚫렸다. “우오오옷! 우리 다같이 가요!”(기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비틀즈#타틀스#멘틀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