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 궁안에 퍼지는 옛 소리… 왕실 귀빈이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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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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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회루 연향’ 1차공연 가보니

경복궁 경회루 앞 연못에서 송순섭 명창이 판소리 ‘수궁가’ 중 용왕이 수궁풍류를 베푸는 대목을 노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경복궁 경회루 앞 연못에서 송순섭 명창이 판소리 ‘수궁가’ 중 용왕이 수궁풍류를 베푸는 대목을 노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 주말 오후 8시 서울 경복궁 내 국보 224호인 경회루. 1층 돌기둥 사이로 화려한 궁중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나타나 ‘수제천(壽齊天)’전과 ‘천년만세(千年萬歲)’ 등 아악곡에 맞춰 춤사위를 뽐내기 시작했다. 이어 처용의 가면을 쓴 무용수들이 등장해 처용무를 췄다. 악귀를 쫓아내는 벽사의 춤이어서인지 쌀쌀한 가을밤을 뜨겁게 데울 정도로 강렬하고 절도가 넘쳤다.

이날 경회루에서 열린 행사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최한 ‘경회루 연향(宴享)’. 경회루 1, 2층과 연못 일대를 무대로 활용한 실경 공연으로 1시간여 동안 한국 전통 가무악을 선보였다. 객석은 총 370석으로 경회루 정면 연못가에 마련됐다.

조선 태종 12년(1412년) 조성된 경회루는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고종 4년(1867년)에 재건됐다. 외국 사신을 접대하거나 국왕과 신하 간의 의를 다질 때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 활용됐다. 올해 공연에선 경회루 건립 600주년을 기념해 경복궁과 경회루의 역사적 의미를 담아냈다. 공연 중간에 조선 건국과 경복궁 창건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정도전(1342∼1398)과 경복궁 재건을 주도했던 흥선대원군(1820∼1898)이 무대에 등장해 500년 조선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경회루 앞 연못에 띄운 배 위에서 펼쳐지는 중요무형문화재 송순섭 명창의 판소리 무대였다. 판소리 ‘수궁가’ 중 용왕이 토끼를 위해 술상을 차리고 궁중 악사들을 불러 연주하는 대목을 불렀다. 가을밤 호젓한 궁에서 연못에 드리운 배 그림자와 소리꾼의 노래가 어우러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조선 왕조의 귀한 손님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12∼14일 1차 공연에 이어 2차 공연은 19∼21일 오후 8시에 열린다. 2차 공연에서는 송 명창 대신 중요무형문화재 안숙선 명창이 선상 판소리 공연을 할 예정이다. 공연은 전석 3만 원으로 인터파크 티켓(ticket.interpark.com)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02-3011-2152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경회루#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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