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책 안 읽는다… 소득 상위 20%, 서적구입비 갈수록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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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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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회계법인에 다니는 회계사 A 씨(38)는 올해 초부터 업무 관련 서적 등 책을 구입하는 비용을 월 6만 원에서 3만∼4만 원으로 줄였다. 그는 “책을 보는 시간 자체가 줄다 보니 책을 덜 사게 됐다”고 말했다.

본보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소득계층별 서적 구입비를 분석한 결과 A 씨처럼 소득 수준이 상위 20%에 속하는 계층의 도서 구입비가 2010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의 도서 구입비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더라도 소폭에 그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인 이상 가구의 소득 수준을 5개 집단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올 4∼6월 상위 20% 계층의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2만4862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7.7% 줄어들었다. 반면 소득 하위 20%(5285원)와 하위 21∼40% 계층(1만2032원)의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6.7%와 1.6% 증가했다.

소득이 높을수록 책 구입에 인색해지는 경향은 2010년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0년의 경우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3만6923원으로 전년도보다 5.9%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 계층의 도서 구입비는 6546원으로 8.2% 늘었다. 나머지 계층의 월평균 도서 구입비도 7.2∼15.8% 증가했다. 상위 20% 계층의 도서 구입비만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에도 상위 20%의 서적 구입비는 전년도보다 11.8% 줄어든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지만 다른 소득계층의 감소폭은 0.7∼8%에 그쳤다. 반면 2003∼2009년에는 소득이 높을수록 감소 폭이 적었다. 이 시기 서적 구입비 변화율은 △소득 하위 20% ―34.2% △하위 21∼40% ―26.9% △하위 41∼60% ―21.6% △상위 21∼40% ―20.1% △소득 상위 20% ―11.7%였다.

전문가들은 소득이 많을수록 책 구입에 돈을 점점 적게 쓰는 이유에 대해 △소득에 비례해 근무시간이 늘어나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들었고 △비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책을 통해서만 지식을 쌓았다면 이제는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으로도 언제, 어디서든지 고급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소득이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디지털기기를 많이 사용하므로 서적 구입비가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소득층의 문화비 지출 성향이 서적 구입 등 읽기 문화보다는 영화 등 영상이나 정보기술(IT) 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독서를 통해 한 사회의 지식 수준이 발전한다”며 “지식사회를 리드해야 할 소득 상위 계층에서 서적 구입비 감소 폭이 큰 것은 사회 퇴행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부자#서적구입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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