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진정한 리더는 ‘현명한 엄격함’을 갖춘 사람

  • Array
  • 입력 2012년 8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지금 마흔이라면 군주론/김경준 지음/280쪽·1만4000원·위즈덤하우스

‘엄격함이 때로는 진정한 자비다’ ‘선한 의지를 갖되 악을 이해하고 활용하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사상을 말 그대로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말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활하고 무자비한 권모술수’라는 비난의 뜻으로 수백 년간 쓰여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군주론’은 인간의 본성, 조직의 성격, 리더십, 통치기술 등에 걸쳐 핵심을 꿰뚫고 있는 고전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러시아 혁명가 레닌, 이탈리아 혁명가 그람시, 쿠바의 카스트로는 모두 ‘군주론’을 탐독했다.

저자는 “30대 초반까지는 마키아벨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키아벨리는 거부감만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라고 말한다. 40대 이후 조직 내부에서 리더의 역할을 경험하고, 젊은 시절 품었던 이상과 사회생활에서 실제로 맞닥뜨린 냉엄한 현실의 간극을 실감해 봐야 마키아벨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동서고금의 사례를 통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최고경영자(CEO)론으로, 리더십 이론으로, 개인의 삶에서 되새겨 봐야 할 ‘가능성의 기술’로 재해석한다. 마키아벨리의 저작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이 된 이유는 ‘현실의 정치’를 ‘추상적 윤리’와 분리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도덕과 윤리라는 추상적 가치에 매몰돼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리더야말로 공동체를 파멸로 이끄는 무능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현실 속에서도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반드시 좋은 리더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저자는 “마키아벨리는 조직원에 대한 평면적 자애심이 아닌 ‘현명한 엄격함’이 조직 전체를 살리는 진정한 자비가 될 수 있다는 리더의 역설을 꿰뚫고 있다”며 “리더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과 악’, ‘사랑과 두려움’이라는 대칭적 요소를 적절히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두껍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를 비판해온 사람들 중 원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가 간 외교에도, 기업 조직에서도, 개인의 삶조차도 선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절대적 선함을 강조하는 지식인, 종교인, 정치인들의 위선은 오늘도 계속된다. 저자와 함께 마키아벨리를 읽다 보면 그가 복잡다단한 가치가 혼재돼 있는 현대사회에 얼마나 큰 통찰력을 주는 인물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책의 향기#인문#군주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