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1년치 공연 패키지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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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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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역사상 처음으로 레퍼토리 시즌제 도입
9월 5일 ‘수궁가’로 개막… 열달간 79편 릴레이 공연

6개월이 넘는 침묵 끝에 국립극장이 13일 1년 치 공연이 가득 담긴 선물꾸러미를 풀어놓았다. 국립극장 62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국립레퍼토리시즌’이다. 1년 치 공연 계획을 미리 공개하고 검증받은 작품 위주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 달 5일 국립창극단의 ‘수궁가’를 개막작으로 내년 6월 28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소리보감, 동의보감’까지 10개월 동안 장충동 국립극장 4개 극장에서 총 79편의 공연이 이어진다.

전속 예술단체인 창극단, 국악관현악단, 무용단을 중심으로 하되 국립극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까지 8개 국립 공연단체의 레퍼토리를 아우른다. 시즌제는 안정적인 제작 여건 마련, 효율적인 홍보와 마케팅, 관객 선확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시스템이지만 그 성패의 관건은 콘텐츠에 달렸다. 키워드를 통해 국립극장 전속 3개 단체의 시즌 라인업을 살폈다.

○ 파격을 통한 창극의 쇄신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연희인 창극의 이미지는 요즘 관객에게는 ‘재미없다’와 동격인 ‘올드’하다는 것이다. 창극단의 라인업을 보면 다른 장르 예술가의 손을 빌려 창극을 새롭게 빚어내겠다는 시도에 중점을 둔 느낌이 든다.

시즌 개막작인 ‘수궁가’는 지난해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인 독일의 아힘 프라이어 씨에게 맡겼던 작품으로, 동양화풍 가면과 무대세트로 시각적 효과가 독특했던 작품이다. 창극단은 판소리 다섯 바탕을 세계적인 무대예술 거장에게 맡겨 계속 제작할 계획이다.

○ 우리 소리의 재발견

국악관현악단은 우리 소리의 재발견을 전면에 내세웠다. 원일 예술감독은 국악관현악이 대중에게 외면받은 이유를 연주의 완성도에서 찾았다. 이번 라인업을 보면 ‘파격’ ‘퓨전’ 등으로 우회하지 않고 정통 국악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국악관현악단의 첫 공연 ‘新, 들림’은 콘텐츠는 기존에 있던 것인데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롭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영동 작곡의 ‘단군신화’, 김대성 작곡의 ‘열반’, 이상규 작곡의 ‘자진한잎’ 등 기존 창작 국악곡 가운데 명곡들을 선정해 원일 감독이 직접 편곡하고 지휘해 관객에게 감동을 전한다. ‘시나위 프로젝트 1, 2’는 국악 고유의 즉흥 연주가 얼마나 현대적인지를 보여줄 기획공연이다.

○ 큰 줄기로 연속성과 이미지 강화

국립무용단은 이번 라인업의 특징은 한 시즌을 관통하는 큰 줄기로 ‘한국여인의 초상’을 주제로 잡고 이에 따라 일련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첫 작품인 ‘도미부인’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초청공연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도미와 아랑의 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궁중무용, 처용무, 학춤, 강강술래, 고풀이, 살풀이, 씻김굿 등 한국 고유의 춤사위를 망라해 표현했다. 전막으로 공연하기는 1992년 이후 20년 만이다. 윤성주 예술감독 안무의 ‘그대, 논개여!’와 배정혜 전 무용단 예술감독 안무의 ‘춤, 춘향’도 포함됐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국립극장#공연 패키지#레퍼토리 시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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