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그리스 신화와 한국적 恨 그 어색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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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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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비애모’ ★★

그리스 신화와 제주 무속설화, 발레와 한국무용, 양악과 국악의 만남을 꾀한 창작발레 ‘비애모’. 김용걸 댄스씨어터 제공
그리스 신화와 제주 무속설화, 발레와 한국무용, 양악과 국악의 만남을 꾀한 창작발레 ‘비애모’. 김용걸 댄스씨어터 제공
크리스토프 글루크의 오페라 주인공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제주도 서천꽃밭에서 만났다. 7월 28, 29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의 ‘비애모-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는 제목, 줄거리, 음악까지 모두가 퓨전이다. “한국적 감성을 넣으려 했다”는 안무가의 의지에 따라 양정웅의 대본과 원일의 국악 관현악이 그리스 신화와 18세기 오페라를 한국풍으로 재단했다.

그러나 한국적 감성 이입이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비애모’는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사랑’이라는 조어다. 프랑스어로 인생 ‘라 비(la vie)’와 죽음 ‘라 모르(la mort)’ 사이에 사랑 애(愛)를 넣었다. ‘vie 愛 mort(비애모)’, 뜻은 통하나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줄거리는 오페라에 등장하는 사랑의 신이 저승새로, 지하세계의 왕이 꽃밭지기로 변했다. 농악대 상쇠의 부포놀이로 묘사한 저승새가 오르페우스(김용걸)를 인도한다. 별 의미 없이 뒤섞이는 서로 다른 음악의 연계성, 오페라와 동명 제목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서천꽃밭의 의미도 약하다. 신화의 주 무대는 괴물을 감동시킬 정도의 음악성이 넘치는 지옥인데, 그 이미지를 간과하니 주인공이 꼭 오르페우스일 이유도 없다.

오르페우스 이야기는 신화와 오페라가 좀 다른데 ‘비애모’는 이를 절충했다. 오페라에서처럼 부인은 남편의 사랑을 집요하게 확인하고자 한다. 정면으로 접근하고, 매달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한다. 여자의 앙탈과 죽음이 수순을 밟는데, 안무가는 이 두 번째 죽음 장면을 절정으로 삼았다. 천장에서 쏟아져 내린 흰색 국화 더미가 무대를 다시 꽃밭으로 만들면 신화에서처럼 하나는 저승으로, 하나는 이승으로 발길을 돌리는 비극적 결말이다.

이 작품은 피나 바우슈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1975년 작)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다. 안무자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원 시절인 2005년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충격을 받아 한국적인 스타일로 풀어보고 싶었던 욕심을 이번에 실현했다고 말했다. 바우슈의 작품은 음악 분석력과 풍부한 동작 언어, 초현실적 세계가 어우러진 명작이다.

그에 비해 ‘비애모’는 너무 단조롭다. 신파극적 무언극에 눌려 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주역 솔로나 부인과의 듀엣 대부분이 극히 상식적인 리듬감과 동작구로 채워져 기교 자체의 독자성을 찾기가 어려웠다. 에우리디케 역 김미애의 솔로 일부만이 음악과의 조화 혹은 음감을 넘어선 춤사위로 감동을 줬다.

문애령 무용평론가
#공연 리뷰#무용#발레#비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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