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얼마나 무서울까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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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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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대학로 공포스릴러 연극 3편 인기 폭발

(왼쪽부터 )완벽한 어둠이 주는 불안감을 역으로 이용해 허를 찌르는 공포가 돋보이는 ‘두 여자’. 공연예술집단 노는이 제공. 이야기에 몰입할수록 주인공 아서 킵스의 끔찍한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 오싹함을 안겨주는 ‘우먼 인 블랙’. 파파프로덕션 제공. 날카로운 고성, 사이키 조명 아래 갑자기 객석으로 파고드는 귀신, 정
체불명의 촉감 등 오감을 자극하는 공포극 ‘오래된 아이’. 마루컴퍼니 제공
(왼쪽부터 )완벽한 어둠이 주는 불안감을 역으로 이용해 허를 찌르는 공포가 돋보이는 ‘두 여자’. 공연예술집단 노는이 제공. 이야기에 몰입할수록 주인공 아서 킵스의 끔찍한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 오싹함을 안겨주는 ‘우먼 인 블랙’. 파파프로덕션 제공. 날카로운 고성, 사이키 조명 아래 갑자기 객석으로 파고드는 귀신, 정 체불명의 촉감 등 오감을 자극하는 공포극 ‘오래된 아이’. 마루컴퍼니 제공
칠흑 같은 어둠 속, 객석 어디선가 여자 관객이 지르는 높은 톤의 고성에 자동으로 몸이 움츠러든다. ‘이번엔 또 뭐냐.’ 공연장의 불이 완전히 꺼질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하고 불이 환히 켜질 때마다 안도한다.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공포연극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서울 대학로의 ‘공포연극 톱3’로 꼽히는 ‘두 여자’ ‘오래된 아이’ ‘우먼 인 블랙’을 20∼22일 사흘에 걸쳐 연속 관람했다. 잔인한 장면도 실감나게 구현하는 디지털 영상 시대에 아날로그 연극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서우랴 싶었는데 오산이었다. 이 연극들은 소극장에서만 가능한 방식으로 공포심을 극대화했다. 세 작품 모두 공연마다 티켓박스에 긴 줄이 늘어섰다. 커플 관객이 유난히 많았다. 공포 분위기를 연인 관계 개선에 활용하려는 커플은 참고하시라.

○ 상상력을 자극하는 ‘우먼 인 블랙’

공포감은 소리와 시각, 촉각 정보가 불안감, 놀람, 두려움, 긴장감 등을 자극하면서 생긴다. 이 작품은 관객을 이야기에 끌어들여 관객 스스로가 상상력을 동원해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우선 이야기에 빠져들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두뇌회전이 느리고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피하는 게 좋다. 세 작품 중 가장 정통 연극에 가깝다. 영국 소설가 수전 힐의 동명 소설 원작을 스티븐 맬러트랫이 각색했고 1987년 초연 이후 웨스트엔드에서 지금까지도 공연하는 고전이다.

이 작품은 대학로 인기작 ‘라이어’ 시리즈의 제작사인 파파프로덕션이 2007년부터 무대에 올리고 있다. 끔찍한 과거의 기억을 털어내고 싶은 중년 남자 아서 킵스(홍성덕)가 배우(김경민)를 고용해 이 기억을 공연으로 만든다는 극중극 형식. 킵스가 배우에게 연기 지도를 받고 점점 실감나게 연기하게 되면서 관객은 점점 킵스의 끔찍한 과거로 깊이 빠져든다. 관객의 첫 비명은 공연 시작 40분이 지난 뒤부터니 그전까지는 편안하게 봐도 된다. 9월 2일까지 샘터파랑새극장 2관. 02-747-2070, 2090

○ 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오래된 아이’


‘전채’ 없이 바로 공포의 ‘메인’ 메뉴를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알맞다. 초반부터 고막을 찢을 듯한 사운드, 잦은 암전, 귀신의 등장으로 오감을 자극하며 관객을 계속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오승수 작·연출의 창작극이다. 2006년 ‘죽었다, 그녀가’란 제목을 시작으로 ‘혼자가 아니다’ ‘버려진 인형’ 등 매년 제목과 내용을 바꿔 가며 공연했다.

이야기 구조는 허술한 편이다. 공연을 보고 나서도 한밤중에 화장실에 못 갈 것 같은 부작용은 덜할 듯. 15년 전 실종된 인우가 어느 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데 실종 당시에는 여자애였으나 남자아이로 돌아온다. 인우가 돌아온 뒤 마을 사람들이 한 사람씩 죽으면서 실종 당시 마을 사람들이 숨기고 있던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귀신이 불쑥 나타나는 패턴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만 조금 긴장하면 중반 이후엔 조금 편하게 볼 수 있다. 9월 2일까지 아티스탄홀. 070-8836-6235

○ 코믹과 공포를 결합한 ‘두 여자’

웃다가 오싹하다 다시 웃다가…. 서상우 작·연출의 창작극인 이 작품은 코믹과 공포를 오가며 양극단의 재미를 보여준다. 초반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이어지면서 잔뜩 방심하게 만든 다음,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암전 상황을 만들고 그때마다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관객을 오싹하게 하는 기법을 선보인다.

동생에게 원한이 있는 쌍둥이 언니가 정신병원에 불을 지르고 탈출해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동생 가족이 사는 집을 방문한다는 전형적인 공포극이지만 극의 수미상관 구조가 깔끔하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막판 두 차례의 피날레는 단연 최고다. 스크린에 영상을 쏘는 방법으로 좁은 소극장 무대의 외연을 넓힌 점도 참신했다. 라이프시어터에서 무기한 공연. 070-815-6416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연극#공연#공포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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