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금난새 “관객 나서 즉흥연주… 무대와 객석이 通하는 콘서트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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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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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문화예술공간 ‘더 라움’ 예술감독 취임하는 지휘자 금난새 씨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 더 라움의 예술감독을 맡게 된 지휘자 금난새 씨. 왕성한 활동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그는 “음악과 문화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우리 사회에 문화 샤워를 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라시안필 제공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 더 라움의 예술감독을 맡게 된 지휘자 금난새 씨. 왕성한 활동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그는 “음악과 문화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우리 사회에 문화 샤워를 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라시안필 제공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맨해튼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에서 금난새 씨(왼쪽)가 아리엘 현악사중주단을 소개하고 있다. 유라시안필 제공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맨해튼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에서 금난새 씨(왼쪽)가 아리엘 현악사중주단을 소개하고 있다. 유라시안필 제공
“오늘 콘서트는 음악을 잘 아는 분들에게도 좋지만, 잘은 몰라도 음악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더 좋은 콘서트일 겁니다.”

지휘자 금난새 씨(65)는 4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 ‘더 라움(The Raum)’에서 은행 VIP 고객을 대상으로 브런치 콘서트를 열었다. 며칠 뒤 박성찬 라움 회장은 “객석의 뜨거운 반응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금 씨를 초대했다. 두 사람은 이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이.

“금 선생님, 이곳을 집 하십시오”

박 회장이 금 씨에게 말했다. “결혼식을 여는 공간으로만 쓰려고 2000억 원을 들여 라움을 지은 것이 아닙니다. 예술과 문화가 깃들었으면 합니다.”

금 씨가 답했다. “라움은 마치 내 집 같은 느낌이 듭니다. 유럽의 성(城)이 떠오르는 라움은 내가 생각해온 이상적인 형태의 건물이고, 우아한 분위기와 뛰어난 음향이 마음에 쏙 듭니다.”

박 회장이 말을 이었다. “이곳, 금 선생님 집(으로), 하십시오.”

“아…, 그렇다면 임기 동안 내 집으로 하겠습니다.”(금)

“아닙니다. 끝까지 하세요.”(박)

그러고서 금 씨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 지휘자, 탈북 청소년으로 구성된 희망풍차 오케스트라 단장, 창원대 석좌교수 등의 빽빽한 직함에 한 줄을 추가했다. 19일 그는 라움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다.

유럽의 대저택을 연상시키는 지상 4층짜리 라움의 건물 외관은 프랑스 부르고뉴석을 썼고, 내부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샹들리에, 모자이크 대리석, 프랑스 남부에서 공수해온 가구와 장식물로 꾸몄다. 홀당 600∼1000명 수용이 가능한 3개 홀에선 결혼식을 비롯해 실내악부터 40∼5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 공연도 할 수 있다.

1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금 씨는 “이름난 음악가를 과시하듯 무대에 내세우는 공간이 아니라 관객과 연주자가 음악으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그러더군요. ‘명성 있는 연주자들이 음악 자체보다는 연주비에 더 관심을 갖는 모습에 놀랐다’고요. 관객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박 회장과 내 생각이 일치했지요. 밤늦게 술 마시고 노래방 가는 문화가 아니라 음악이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도록 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더군요.”

19일 오후 6시 반 라움에서는 금 씨의 예술감독 취임을 기념하는 연주회 겸 만찬이 열린다. 소프라노 서활란, 테너 이재우와 유라시안 앙상블, 피아니스트 유영욱, 기타리스트 변보경이 출연한다. 개그맨 홍록기는 장기인 휘파람을 불기로 했다. 콘서트와 근사한 저녁식사, 음악과 만남이 어우러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금 씨는 설명했다.

“관객으로 온 음악가가 무대에 불려나와 즉흥연주를 하고, 음악에 관심이 있는 일반 관객도 거리낌 없이 참여하는 연주회로 만들 계획입니다. 객석과 무대 간 장벽이 없이, 연주자의 숨결과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느끼는 하우스콘서트처럼 꾸며보려는 생각도 있습니다. 요즘 국내 연주회장에서는 ‘저 음악가가 세계적이냐 아니냐’ 같은 촌스러운 이야기만 가득합니다. 계급장 떼고 진짜 실력 있는 연주자를 발굴해야 합니다. 나는 일상에 행복을 전해주는 콘서트를 계속 기획할 겁니다.”

금 씨는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분주하다. 하나의 인연이 꼬리를 물고 다른 인연을 만들고, 꿈꾸던 일이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는 5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타인웨이&선스홀’에서 ‘맨해튼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의 첫 연주회를 열었다. 해마다 이 행사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연주자 숨결 느끼는 하우스콘서트로

맨해튼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은 올겨울 제주에서 태어났다. 금 씨는 해마다 2월이면 제주에서 실내악 축제인 ‘제주 뮤직 아일 페스티벌’을 연다. 올해 8회째를 맞은 제주 뮤직 아일 페스티벌에 참석한 삼익악기 김종섭 회장에게 금 씨는 맨해튼 실내악 축제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김 회장은 “뉴욕 카네기홀 앞에 있는 스타인웨이홀에서 음악회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도리어 제안했다. 삼익악기는 2011년 미국 악기제조업체 스타인웨이의 경영권을 인수했던 터. 김 회장은 스타인웨이홀을 일주일간 사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주었다.

김 회장을 비롯해 송영길 인천시장, 류진 풍산 회장,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 등도 맨해튼 페스티벌의 이사로 참여해 도움을 주었다. 재스퍼 현악사중주단, 아리엘 현악사중주단을 비롯해 한국인 연주자인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 워니 송,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외손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 등이 출연한 연주회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이사진이 모금한 5만 달러는 저개발국가를 위해 써달라고 유엔에 기부했다. 이를 계기로 금 씨는 ‘평화를 위한 음악재단(MPF)’을 설립해 음악을 통해 국제사회에 공헌할 계획도 세웠다. 8월 30일 라움에서 재단 출범 행사를 연다.

“사진촬영용 행사보다는 내실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늘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뉴욕에서 수많은 한국 학생이 음악 공부를 합니다. 부모가 유학을 보낼 수는 있지만 전문 연주자로 성장하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드물지요. 이런 페스티벌을 통해 우리 연주자들을 해외 무대에 소개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일정표에 빈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향후 계획도 가득하다. 3월 창원대 석좌교수로 임용된 그는 22∼28일 경남 창원에서 ‘2012 금난새 뮤직페스티벌·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연다. 총감독을 맡은 금 씨가 지휘를 하고 유라시안필의 수석 연주자들이 지도교수로 나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빈칸없는 일정 “문화샤워를 곳곳에”

8월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농어촌 청소년 200여 명이 단원으로 참여하는 ‘농어촌 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지휘한다. 금 씨와 한국마사회 농어촌희망재단이 함께하는 이 오케스트라는 농어촌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지원하고 합주를 통해 음악을 체험하게 한다. 금 씨는 “음악교육이 대도시와 일부 계층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인데, 소외된 지역에서도 음악교육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10월에는 인천시향과 함께 인천시민을 위한 ‘송도 페스티벌’도 계획하고 있다. 송도에 자리 잡은 벤처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1억 원을 쾌척했다.

이렇게 많은 일을 어떻게 하는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그는 단호하게 답한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내 신념이 이끄는 일이기에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나를 이끄는 동력이니까요. ‘문화 샤워’를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는 일, 그것이 내 사명입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금난새#더 라움#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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