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어 한류]<5·끝>시리즈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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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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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수출에 큰 투자하면 지구촌 한류로 출렁일 것”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송향근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왼쪽)이 따루 살미넨 씨(가운데)와 아드리안 리 씨(오른쪽)에게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송향근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왼쪽)이 따루 살미넨 씨(가운데)와 아드리안 리 씨(오른쪽)에게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어 공부 15년차인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35·여). KBS2 ‘미녀들의 수다’로 얼굴이 알려진 그는 2년 전부터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서 막걸리집을 운영하며 스스로를 ‘주모’라고 소개한다. 요즘엔 핀란드의 어린이책을 한글로 번역하고 한국과 핀란드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한글로 쓰고 있다.

프랑스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방송인 아드리안 리 씨(29)는 영어 방송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을 한다. 프랑스에 살 때 가족과 간단한 한국어로 대화하곤 했는데, 4년 전 한국에 정착한 후로 한국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송향근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56)을 만나 ‘한국어 세계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재단은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 사업을 총괄한다. 송 이사장은 1999년 핀란드 헬싱키대 초빙교수 시절 살미넨 씨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스승이기도 하다.

―한국어를 어떻게 배웠나요.

▽살미넨 씨=중학생 때 해외 펜팔을 하고 대학 때 중앙아시아를 공부하면서 한국인 친구들을 알게 됐어요. 1990년대 후반 한국에 놀러 오려고 핀란드에서 한국어를 배웠는데 당시만 해도 교재가 형편없었어요. 처음 배운 문장이 ‘나는 누구예요?’였죠. 누가 그런 문장을 쓰겠어요.

▽리 씨=요샌 한국어 공부법이 훨씬 재밌고 다양해졌어요. 교재뿐 아니라 유튜브의 한국어 동영상이나 블로그,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를 보고 공부하는 외국인이 많아요. 케이팝 가사를 따라하기도 하고요.

―한국어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아드리안 리
아드리안 리
▽리 씨=처음에 쉽게 시작할 수 있어요. 제가 만난 독일인 학생은 일본어를 공부하다가 한국어로 바꿨대요. 일본어는 한자가 많고 복잡한데 한글은 간단하고 과학적이라 그 원리만 알면 읽기 쉽잖아요. 중국어처럼 복잡한 성조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표현의 다양성도 좋아요. ‘쫄깃쫄깃’ ‘아삭아삭’처럼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가 재밌어요.

▽살미넨 씨=한글은 정보기술(IT) 기기에 응용하기에도 유리해요. 휴대전화에 한글로 메모를 하는데 자음과 모음 버튼을 눌러 입력하기가 쉬워요. 저는 웬만한 한국 사람들보다 문자메시지를 빨리 보낸답니다.

―외국인이 한국어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송 이사장=책으로 배우는 것과 직접 대화하며 배우는 것은 많이 다릅니다. 한국어 실력 향상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얼마나 다가가려 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살미넨 씨=핀란드에서 3년 이상 한국어를 공부했지만 막상 한국에 와보니 한마디도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교재 속 표현과 실제 회화는 다르잖아요. 또 ‘발전’ ‘발달’ ‘개발’ 등 비슷한 단어가 많아 어떤 문맥에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몰랐어요. 신문과 방송을 자주 접하며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됐어요.

―외국인에게 추천하는 한국어 학습법은….

따루 살미넨
따루 살미넨
▽살미넨 씨=기본은 무조건 표현을 달달 외우는 거예요. 그 다음 한국 친구들과 놀면서 표현을 구사해보는 게 중요해요. 저도 한국 친구들과 막걸리 마시면서 한국어 많이 배웠어요.

▽리 씨=맞아요. 한국의 매력은 ‘한국 사람들’ 같아요. 저는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에 여행 가면 관광지만 다니지 말고 한국인 친구를 사귀어서 함께 식당이나 노래방에 가보라고 해요. 한국인의 정(情)을 느끼면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우게 되죠.

―해외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송향근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
송향근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
▽송 이사장=전 세계에 한국어 사용자는 8000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한류가 퍼지고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부쩍 늘었어요. 과거와 달리 재외동포도 자녀에게 한국어를 적극 가르치려 하고요. 그들이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은 우리의 몫입니다. 교재 개발과 전문교사 양성이 중요해요.

▽리 씨=프랑스에서는 파리 한국문화원의 한국어 강좌에 등록하려고 새벽부터 줄을 설 정도예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여러 글로벌기업을 배출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지면서 한국어도 주목받는 거죠.

▽살미넨 씨=핀란드에도 케이팝이 알려지면서 한국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더 많이 홍보해야 돼요.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따고 핀란드에 돌아가서 직접 한국어를 가르칠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한국어 세계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미넨 씨=비영어권 국가에선 좋은 한국어 사전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핀란드인을 위해 제대로 된 한국어 사전이 없어서 영한사전이나 한영사전으로 찾으니 한계가 있죠.

▽리 씨=외국인들이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면 좋겠어요. 교환학생이나 인턴십, 각종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늘리면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려고 할 거예요. 저는 대학생 때 한국에 와서 인턴십하면서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살미넨 씨=저도 한국에 처음 놀러왔다가 한국이 아주 재미있어서 아예 전공을 동아시아학으로 바꾸고 2000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1년간 교환학생을 했죠.

▽송 이사장=외국의 초중고교 정규과목에 단 몇 시간이라도 한국어 과목이 채택되도록 정부가 노력할 필요가 있어요. 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줘야 해요. 그래야 그들이 나중에 고국으로 돌아가도 한국에 힘이 될 수 있죠.

―한국어 학습자로서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은….

▽살미넨 씨=한국인들이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게 안타까워요. ‘까만 상자’라고 해도 되는데 왜 굳이 ‘블랙박스’라고 하는지.


▽리 씨=프랑스가 문화적 힘을 지닌 이유는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에 프랑스 언어와 문화를 알리는 알리앙스 프랑세즈를 설치하는 등 문화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외국인들에게 프랑스 언어와 문화를 접할 기회를 주면 언젠가는 그 효과가 다시 프랑스에 돌아온다고 본 거죠. 한국은 짧은 기간에 경제 발전에 집중하다 보니 문화엔 소홀했지만 이제는 문화에 투자할 때가 됐어요.

▽송 이사장=세종학당도 알리앙스 프랑세즈나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처럼 한국어를 보급하는 최고의 표준화된 교육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송향근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 “전 세계 한국어 사용자 8000만 명 추산”

부산외국어대 한국어문학부 교수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어교원자격심사위원장으로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 동아시아학과 초빙교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어능력시험 자문위원, 이중언어학회 회장을 지냈다.

●따루 살미넨 씨 “한국 친구들과 막걸리 마시며 배웠어요”

핀란드 출생으로 핀란드 헬싱키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2007년부터 KBS2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방송, 번역, 강연활동과 함께 막걸리집을 운영 중이다.

●아드리안 리 씨 “쫄깃 - 아삭 등 의태어 의성어 특히 재밌어”

프랑스 출생으로 프랑스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의 폴리테크니크 그르노블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아리랑TV ‘쇼비즈 코리아’와 아리랑라디오 ‘캐치 더 웨이브’의 진행을 맡고 있다. 한국 이름은 이준.
정리=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제는 한국어 한류#따루#송향근#아드리안 리#한국어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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