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만 개봉하는 ‘이상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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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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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영화사이트서 극장개봉작은 프리미엄 붙어 2배 이상 수익… 작년 46편 달해

‘무늬만 극장 개봉작’도 있다.

5월 30일 개봉한 액션영화 ‘셋업’은 인터넷TV(IPTV)나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 등에 극장 개봉작으로 홍보됐지만 극장에서 돈을 내고 본 사람은 없다. 영화의 수입, 배급사인 조이앤컨텐츠 그룹은 “서울의 한 상영관을 일반 관객은 들이지 않고 내부 시사용으로 대관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5월 31일과 6월 4일 단 2회 상영 뒤 극장에서 사라졌다.

4월 말 개봉한 프랑스 멜로영화 ‘애딕티드’의 관객은 단 한 명이다. 지방의 한 극장에서 단 한 번 상영됐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철권: 블러드 벤젠스’는 한 극장에서 3회 상영해 4명의 관객이 들었다.

이 영화들이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단 1개의 스크린에서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상영한 뒤 간판을 내리는 영화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제외하고도 매달 2∼4편에 이른다. 처음부터 극장 흥행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IPTV나 영화 다운로드 등 부가판권 시장을 겨냥한 작품들이다.

굳이 극장에서 한 번이라도 상영하는 이유가 뭘까. 부가판권 시장에서 극장 개봉작과 미개봉작은 ‘대접’이 다르다. 극장 동시 개봉작으로 분류되면 편당 1만 원 이상으로 가격이 책정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의 경우 3500원으로 시작한다. 두 배 이상의 수입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홍보 효과도 남다르다. 이 영화들은 ‘극장 개봉작’ ‘프리미엄 영화’ 등의 딱지가 붙어 서비스 사이트 상단에 배치돼 비교적 오랜 시간 노출된다. 영화수입배급업체 익스트림 필름의 유지원 과장은 “영화계에서 극장 개봉 여부는 A급 영화와 B급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과거 비디오 시장에서 ‘서울극장 개봉작’이라는 말로 홍보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무늬만 극장 개봉작 중에는 해외 액션영화나 노출 수위가 높은 멜로영화가 많은 편이다. 극장 상영을 위해서는 영화 판권 수입비용과 등급분류 심의를 위한 수수료가 10배 가깝게 들어간다. 일반 영상콘텐츠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수수료가 10분당 1만∼1만7000원이지만 영화는 7만∼12만 원에 달한다. 그러나 판권 자체가 비교적 싼 데다 마케팅 비용이 따로 들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부가판권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하루살이 개봉 영화들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극장 개봉작에 대한 새 기준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극장#개봉작#IPTV#다운로드#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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