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성범죄자 전자발찌만으론 한계… 심리치료 병행해 재범률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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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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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연예인의 성폭행 혐의를 비롯해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자발찌를 차고도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재범자도 많은 것 같다. 이런 현실은 성범죄에 중독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가? (ID: khan****) 》
조은경 한림대 교수 범죄 심리학
조은경 한림대 교수 범죄 심리학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을 예방하기 위해 신상공개제도, 전자발찌 부착, 화학적 거세 등 각종 대책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전자발찌 부착자들에 대한 ‘자기 보고형 설문조사’에서 그들은 대부분 전자발찌로 인해서 감시받는다고 느낀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재범을 억제하는 데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상당히 많았다. 감시 위주의 성폭력 억제책은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에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사건도 보도됐다.

성범죄의 재범률은 재범 추적 기간이 길어질수록 높아진다. 캐나다에서 실시된 성범죄자 재범 추적 연구에서 5년 후에는 14%, 10년 후에는 20%, 15년 후에는 24%가 성범죄로 다시 체포됐다. 체포 후 유죄선고를 받은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는 재범률이 체포 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에서 성폭행 범죄자 407명을 8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해당 기간 동안 강간죄로 다시 유죄선고를 받은 사람이 11.1%였다. 과거에 성범죄 전과가 있었던 범죄자 중에서 다시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의 비율은 28.8%였지만 성범죄 전과가 없었던 사람의 재범률은 7.8%였다.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높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범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 만큼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계속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하는지 아는 것은 범죄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성 욕구를 배출할 기회가 없어서 혹은 남들보다 강한 성 충동을 지녀서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식의 설명은 성범죄를 당연한 생물학적 욕구의 발산으로 치부하게 만든다. 성매매를 금지하면 성욕을 해소할 수 없게 된 남성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식의 주장이 그러한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가 불법이어도 한국보다 성범죄 발생률이 낮은 나라도 많다. 성범죄자들의 진정한 문제는 일탈적으로 성 욕구를 해소하는 생활 습관과 피해자 및 성행위에 대한 왜곡된 사고이다. 이러한 왜곡된 사고와 일탈적 성적 관심을 교정해주지 않으면 성범죄자의 범죄 욕구는 계속된다.

세계적으로 성범죄자의 인지와 행동을 교정하는 치료 프로그램은 많이 실시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의 재범률은 중도 탈락자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 구금시설에 가둬두기만 해서는 성범죄 욕구를 감소시키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성범죄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심리치료센터(남부교도소)가 생긴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범죄자 본인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자 및 교도소 직원들이 변화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갖고 있을 때에만 이러한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다. 성범죄는 개인의 책임이지만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개인과 더불어 사회가 함께 책임을 지고 비용을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질문은 e메일(jameshuh@donga.com)이나 우편(110-715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 동아일보 문화부 ‘지성이 답한다’ 담당자 앞)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조은경 한림대 교수 범죄 심리학
#성범죄자#전자발찌#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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