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외국인 혐오증은 약해 보이는 사람 핍박해 자기를 높이려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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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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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최근 국회의원이 된 이자스민 씨에 대한 인터넷의 인신공격성 댓글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외국인 혐오증의 심리적 근원은 무엇인가?(ID: ktxg****) 》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
심리학이 타 인종이나 타 민족에 대한 적대감 문제를 다루게 된 직접적 계기는 흑인에 대한 백인의 차별이었다. 미국으로 이주한 흑인은 90% 이상이 19세기 중반까지 노예였고, 20세기 초까지 ‘흑인공매공고’와 같은 광고를 통해 ‘판매’됐으며, 1964년까지도 식당, 영화관, 버스 등을 이용할 때 인종을 분리하는 합법적인 장치들의 지배를 받아왔다.

이에 사회심리학자들은 타 인종이나 타 민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원인 및 그 해결방안을 연구해 왔다.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다룬 대표적 연구에 따르면 법정의 배심원들조차 동일한 죄목의 피고인이 백인일 때보다 흑인일 때 그의 죄를 더 크게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의 연구는 한국인들이 타 인종이나 타 민족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한다고 지적한다. 즉 백인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반면, 흑인과 동남아 출신의 사람들에게는 적대적이다. 독일 출신 이참 씨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취임했을 땐 부정적인 댓글이 없었다. 왜 한국인들은 이처럼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까.

우선 서구 백인들에 대한 열등의식을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우월의식으로 만회하고자 하는 심리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을 거부하는 태도가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들 항변하지만, 이러한 이중성을 볼 때 자신보다 열등하게 보이는 사람들을 핍박함으로써 스스로를 높이려는 얄팍한 심리적 속임수일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 이해관계의 상충을 들 수 있다.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한국인들은 그들을 이 사회에 기생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한다. 또 이자스민 씨의 당선을 계기로 그들이 부당한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회가 결혼이나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을 필요로 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유발효과가 올해 10조 원을 넘을 전망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 교포가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받으면 한국인들은 분노한다. 반대로 그들이 운동선수, 정치인으로 인기를 얻으면 한국 언론은 한마디로 난리법석이다. 우리가 외국인을 차별하고 그들의 지위 상승을 막는 것이 정당하다면, 미국 사회가 한국 교포를 차별하는 것도 정당한 것이 아닌가.

외국인들을 차별하는 한국인들은 이 사회가 그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자신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우리 이웃이 모두 빈민가에 살고 있다면, 그곳에 아무리 근사한 아방궁을 짓고 산들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그것이 이 사회의 외국인과 우리의 관계이다.

질문은 e메일(jameshuh@donga.com)이나 우편(110-715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 동아일보 문화부 ‘지성이 답한다’ 담당자 앞)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
#인종 차별#외국인 혐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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