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앤디 워홀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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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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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창시자와 걸작 조형예술의 설레는 만남

앤디 워홀의 초기 작품인 ‘황금 잎새 신발’. 그는 구두 광고를 만든 경험으로 다수의 신발 이미지를 작품으로 만들었다.(위) 앤디 워홀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마리나베이샌즈 예술과학 박물관의 야경. 레이저로 쏜 나비 모양 영상이 건물 외벽에 비치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 제공·싱가포르=김준석 기자 kjs359@donga.com
앤디 워홀의 초기 작품인 ‘황금 잎새 신발’. 그는 구두 광고를 만든 경험으로 다수의 신발 이미지를 작품으로 만들었다.(위) 앤디 워홀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마리나베이샌즈 예술과학 박물관의 야경. 레이저로 쏜 나비 모양 영상이 건물 외벽에 비치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 제공·싱가포르=김준석 기자 kjs359@donga.com
예술이냐 상술이냐.

경계를 무너뜨린 인물이 앤디 워홀(1928∼1987)이다. 워홀은 젊은 시절 광고회사 아트디렉터로 일하면서 대량소비 시대에 대중을 사로잡는 테크닉에 눈떴다.

워홀의 고향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앤디워홀박물관은 첫 아시아 투어의 출발점으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앤디 워홀: 영원한 15분’이라는 제목의 특별전은 복합 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에 있는 예술과학박물관에서 8월 12일까지 열린다. 상업주의와 예술이 교차하는 리조트와 ‘팝 아트’의 창시자 워홀의 절묘한 만남이다.

“백화점도 박물관의 한 종류다”
특별전 기획자 리사 맥도널드 씨는 “그림 사진 영상을 망라한 워홀 예술의 다양성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이번 전시의 매력”이라며 “특히 광고 일러스트 등 초기 작품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워홀의 일생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워홀이 남긴 다양한 하이힐 드로잉은 20대 후반에 구두 광고를 만들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마시는 콜라나 내가 마시는 콜라나 같다”며 일상의 소비재를 예술의 대상으로 포섭해 ‘캠벨 수프 깡통’(1962년) 등 대표작을 남겼다. 특별전의 타이틀도 ‘누구나 15분간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워홀의 자본주의 촌평에서 따온 것이다.

마리나베이샌즈 역시 ‘소비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레저 시설뿐 아니라 300개가 넘는 명품 매장으로 이루어진 ‘쇼핑 파라다이스’다.

공간사 한은주 편집장은 “이 리조트는 객실에서 지하철을 타러 가든, 산책을 하러 가든 쇼핑몰과 카지노를 지나지 않을 수 없게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고도의 상업주의와 건축예술의 결합이다.

조지 타나시예비치 마리나베이샌즈 대표는 “리조트 전체 수익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라며 “한국은 카지노 운영에 제약이 많아 투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카지노 수익이 없으면 양질의 레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인공적인 것이 나를 매혹시킨다”
특별전에는 메릴린 먼로나 재클린 케네디의 초상화 등 워홀의 대표작 외에도 ‘기계’가 주인공인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포토부스 시리즈’는 지하철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 증명사진이다. 순간적으로 4, 5컷이 연달아 찍히면서 미묘한 표정 변화가 나타난다. 워홀은 이를 통해 ‘비슷하지만 느낌이 다른’ 반복과 변주의 미학을 극대화한다. TV를 활용한 자작 영상들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연상시킨다. 워홀은 인공적인 요소를 사랑한 예술가다.

마리나베이샌즈도 곳곳에서 조형예술이 주변을 압도한다. 전시회 무대인 예술과학박물관은 연꽃 모양을 형상화했다. 호텔 서쪽 벽에 매달린 26만 개의 금속판은 바람이 불면 은빛으로 출렁인다.

야간에는 레이저 조명쇼가 펼쳐진다. 3.5km에 이르는 산책로가 무대고, 3개의 타워로 이루어진 호텔 건물과 예술과학박물관이 스크린이다. 13분짜리 쇼에 발광다이오드(LED)조명 25만 개와 오케스트라 음향, 분수, 비누방울이 총동원된다.

거대한 인공의 아름다움. 워홀이 살아있었다면 이곳에서 작품 욕심을 내지 않았을까.

싱가포르=김준석 기자 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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