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절망만 보지말라, 그곳에 희망이 웃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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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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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윤상욱 지음/396쪽·1만6000원·시공사

세네갈의 중산층 초등학생들이 사진을 찍는 저자에게 “학교에 갈래요”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아프리카를 변화시킬 희망이고 미래다. 시공사 제공
세네갈의 중산층 초등학생들이 사진을 찍는 저자에게 “학교에 갈래요”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아프리카를 변화시킬 희망이고 미래다. 시공사 제공
“흑인들은 자연 상태 혹은 야생 상태에 머물고 있는 종족으로 이들에게 인간에 대한 경의나 도덕 등 그 어떤 인간적 감정을 적용해선 안 된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저서 ‘역사철학강의’에서 이같이 흑인의 인간성을 부정했다. 그는 아프리카에 가본 적은 없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유럽의 지배욕을 학문적 수준으로 고착시켰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는 ‘신은 자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의 형상을 빚어냈다’는 창세기 구절을 들어 “검은 피부색의 납작한 코를 가진 저능한 신이 우리들의 창조주인가”라며 흑인을 비웃었다.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서구의 왜곡된 역사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야생의 자연, 독재와 부패, 극심한 가난,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 단편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며 호기심과 동정, 무시의 대상으로 삼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프리카는 세계사 교과서에조차 제대로 기술돼 있지 않은 ‘세계사의 미아’다.

주세네갈 한국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는 저자는 왜곡된 아프리카의 역사를 바로잡고 객관적인 눈으로 아프리카를 바라보길 제안한다. 서구에서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또 아프리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실상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아프리카의 가난은 배고픔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가난과 무지, 질병, 부패와 독재가 하나의 수레바퀴 안에 맞물려 돌아간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아프리카의 독재자는 절대적 빈곤 속에서 피어나는 곰팡이와 같은 존재”다. 빈곤한 아프리카인의 절반은 평생 문맹으로 살아 신문 등으로 세상 소식을 접하지 못하니 정부의 선전을 믿고 독재자들을 옹호한다. 이렇게 장기 집권하는 독재자들은 국가 재산을 해외에 빼돌린다. 윗물이 흐리니 자연히 아랫물도 흐려져 공무원들 사이에는 부패가 만연한다.

아프리카에는 광물과 유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해 최근에는 세계적인 자원 전쟁 특수를 타고 돈방석에 올랐다. 그런데 왜 여전히 가난할까. 각국 정부는 자원으로 앉아서 돈을 벌 수 있으니 농업이나 제조업에는 관심이 없다. 산유국도 원유를 정제할 능력이 없어 석유를 수입해 쓰는 처지다. 이러니 아프리카의 빈곤을 언제까지나 과거 유럽의 식민지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희망은 보인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변화에 필수적인 하위 중산층은 1980년대 아프리카 인구의 10%에서 현재 20%로 상승했는데, 이 추세라면 15년 안에 4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나아가 정치와 민주화 등을 생각하게 된다면 최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 같은 시민혁명을 기대할 수도 있다. 평화 정착과 부패 척결, 경제 민주화, 여성 인권 신장 등의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라이베리아의 엘런 존슨설리프 대통령처럼 믿을 만한 지도자가 등장한 것도 고무적이다.

해박한 지식과 통계 자료, 현지 경험을 토대로 아프리카의 실상을 균형 있게 서술해 이 미지의 대륙이 처한 현재를 알아볼 수 있는 입문서로 알맞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책의향기#인문사회#아프리카에는아프리카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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