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Q: 방송과 유사 방송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하는 것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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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유사방송 나꼼수 영향력 무시 못해… 총선후보의 방송진행 허용 재고해야

《 Q: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도 팟캐스트 진행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것이 방송이 아닌 유사 방송(통신)이므로 선거법상 진행을 해도 된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지만 사람들이 방송과 유사 방송을 구별해 들을지 의문이다.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방송과 유사 방송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하는 것 아닌가? (ID: cool****) 》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
현행 방송법상 방송은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 편성 또는 제작하여 이를 공중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방송과 관련된 소유나 내용 규제도 모두 이러한 전통적인 방송의 정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다시 보기, 팟캐스트 등 새로운 유형의 유사 방송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통적인 방송의 정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통적 의미에서 방송이란 방송사가 다수(broad)의 공중에게 동시에 방송 프로그램을 전달(casting)하는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유사 방송의 대표적인 유형인 주문형 비디오(VOD)의 특성은 한정된(narrow) 시청자들이 원하는 프로를 서버에서 가져와(pulling) 원하는 시간에 시청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방송이 ‘broadcasting’이라면 주문형 비디오는 ‘narrow-pulling’에 가깝다.

영화 ‘친구’를 지상파 방송에서 볼 때는 일부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삭제되거나 비속어가 포함된 대사가 ‘삐리리’ 처리되기도 한다. 방송의 경우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그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내용 규제를 받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도달할 수 있는 이러한 방송의 속성을 언론학에서는 침투성(pervasiveness)이라고 한다. 지상파 방송이 가지는 침투성과 영향력 때문에 지상파 방송은 타 매체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의 내용 규제를 받는다.

일반적인 유사 방송은 침투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하지만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지만 메시지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누적 수가 많은 경우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나는 꼼수다’는 평균 다운로드 수가 200만 건에 이르는데 이를 국내 유료방송 가구 기준 단순 시청률로 환산하면 10%에 이른다. 이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유사 방송의 사회적 위상을 영향력이라는 기준에서 다시 평가해야 한다. 물론 그 영향력을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방송의 정의 및 영향력 측정 등 방송 전반에 관한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합의를 토대로 유사 방송의 사회적 위상에 걸맞게 방송과 선거 제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   

질문은 e메일(jameshuh@donga.com)이나 우편(110-715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 동아일보 문화부 ‘지성이 답한다’ 담당자 앞)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나꼼수#유사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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