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미식가 배우 이정재-프랑스 셰프 가니에르 맛있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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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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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삼계탕, 서양인에게 강추”
가니에르 “직접 만들어 대접하겠다”

미식가 배우 이정재 씨와 프랑스 유명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 씨가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만나 음식과 와인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건배하고 있는 와인은 ‘폴 자불레 에네 크로즈에르미타주 레 잘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미식가 배우 이정재 씨와 프랑스 유명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 씨가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만나 음식과 와인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건배하고 있는 와인은 ‘폴 자불레 에네 크로즈에르미타주 레 잘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프랑스의 유명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 씨와 미식가 배우 이정재 씨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서 5일 만났다. 세계적인 미식잡지 미슐랭 가이드에서 만점인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를 프랑스 파리에서 운영하는 가니에르 씨는 블랙 트뤼플(송로버섯)을 주재료로 한 코스요리를 선보이려고 방한했다. 이 씨는 7월경 개봉하는 영화 ‘도둑들’의 촬영이 끝난 뒤 동료 배우들을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 데려올 정도로 마니아다.

처음 만난 그들이지만 셰프와 미식가의 만남답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음식과 와인으로 흘렀다. 이정재가 대표적인 한식 메뉴로 삼계탕을 추천하자 가니에르는 “다음에 방한할 때는 직접 만들어 대접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정재=수년 전 영화 촬영차 프랑스 파리에서 3일간 머문 적이 있었는데 3일 내내 예약이 다 찼다는 바람에 피에르 가니에르에는 가보지 못했다. 대신 피에르 가니에르의 세컨드 브랜드 격인 ‘가야’에 가봤다.

가니에르=한국 방문은 6, 7번째다. 서울에 처음 왔을 땐 우울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서울의 모던함과 한국인의 똑똑함, 호기심이 많은 기질이 마음에 든다. 이제야 진정으로 한국 식재료를 이해할 것 같다. 이번에 인삼시럽과 오미자잼, 참깨 무슬린(계란 흰자와 크림의 혼합물) 등을 이용한 요리를 개발했다. 전어 옥돔 방어 전갱이처럼 한국에서 나는 생선들을 발견해 요리에 응용하기도 했다. 어떤 한식을 좋아하나.

이정재=삼계탕을 좋아한다. 작은 닭 한 마리가 온전히 다 들어가서 찹쌀 및 채소 등과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다. 다만, 인삼은 서양인이 맛있게 먹기가 쉽지 않은 재료라서 인삼을 빼고 강한 맛을 줄인다면 서양인에게도 훌륭한 요리가 될 것 같다.

가니에르=한 번도 못 먹어봤지만 프랑스식으로 해석하는 게 가능할 것 같다. 다음에 한국에 올 때는 내 방식으로 해석한 삼계탕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겠다. 맛있다고 하면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의 메뉴에 넣는 것도 고려해 보겠다. 론 지방에서 나는 화이트와인과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이정재=나도 론 와인을 좋아하는데 살치살이나 안창살과 함께 먹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나는 피노누아 품종의 와인을 좋아한다. 처음엔 밋밋하단 생각도 들었지만 ‘도멘 아루망 루소 제브레샹베르탱’을 맛보곤 생각이 달라졌다. 미네랄맛과 과일맛, 꽃향기가 어우러져 부드럽고 섬세했다.

가니에르=나도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한다. 다만, 와인 메이커에 따라 나뭇잎 향이 나거나 풍부하지 않은 와인이 있어 가끔 실망스럽다. 포도 수확기인 8월 말에서 9월 초 부르고뉴를 꼭 한번 가봐라. 풍광과 음식이 환상적이다. 나는 ‘클로 드 로라투아르 샤토뇌프뒤파프’ 와인을 좋아한다. 무거운 감이 있고 향이 감미로워 겨울과 어울린다. 특히 꿩고기, 사슴고기, 산양고기와 잘 맞는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향이 강해 고기 특유의 냄새를 눌러줄 정도로 힘이 있는 와인이다.

이정재=피에르 가니에르는 아시아에선 서울 도쿄 홍콩에 있다. 나라마다 손님의 특성도 다른가.

가니에르=물론이다. 점심시간에 매장 모습을 보면 도쿄에선 여자들만 있다. 홍콩에선 비즈니스 고객이 대부분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아직도 찾는 중이다(웃음). 그런데 한국인의 삶에서 음식이란 어떤 의미인가.

이정재=나는 여행을 가면 가장 ‘핫 하다’는 레스토랑은 꼭 찾아간다. 레스토랑이 새로 문을 열거나 주방장이 바뀌면 꼭 가본다. 예전 한국인이 식사를 ‘먹는 행위’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삶의 재미’로 생각하는 것 같다.

가니에르=식당을 갈 때마다 짧게 노트를 작성해 봐라. 어느 레스토랑에서 어떤 메뉴를 어떤 분위기에서 먹었는지, 술은 무엇이었는지를 적어봐라. 기록이 쌓이면 그 자체로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또 메모를 하다 보면 맛을 표현하고 느끼는 감각도 발달한다.
대화가 끝나고 헤어지기 전에 가니에르 씨는 이 씨에게 비서의 e메일을 적어줬다. 이 씨가 파리에 갔을 때 피에르 가니에르의 예약이 다 차서 맛보지 못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던 것. 그는 “파리에 올 때 e메일을 주면 꼭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겠다”며 “삼계탕은 꼭 직접 만들어 대접할 테니 기대해달라”고 약속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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