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컬처]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빛의 화가 렘브란트 ‘야간순찰’ 숨은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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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4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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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야간순찰’ (1642년, 캔버스에 유채, 363x437cm, 레이크스 미술관)
렘브란트 ‘야간순찰’ (1642년, 캔버스에 유채, 363x437cm, 레이크스 미술관)

명암의 대비가 매력적인 그룹 초상화


시각적인 요소에 민감한 화가들은 햇빛을 잘 활용했습니다. ‘명암의 화가’라고 불리는 렘브란트가 대표적이죠. 그의 작품 ‘야간 순찰’을 보세요.
얼른 봐도 화면 중앙의 밝은 면과 주변의 어두운 면이 확실한 대조를 이룹니다. 그림의 빛이 햇빛이 아니라 달빛 같다고요? 이 그림의 원래 제목은 ‘프란스 반닝 코크 대위의 중대’로, 지금 보면 밤에 어딘가로 출동하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밤이 아니라 대낮에 출동하는 민병대의 모습입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변색돼 마치 낮이 밤처럼 보이게 된 것이죠.
명암을 극대화시킨 햇빛의 마력

지금 보기에는 이 그림이 별로 특별해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17세기 렘브란트 시대만 해도 한 사람의 초상화가 아닌, 단체가 떼를 지어 등장한 초상화는 아주 드물었습니다. 한 가지 더 특이한 것은 인증샷을 찍는 것처럼 일렬로 뻔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들 다른 표정과 동작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더 궁금해집니다.
화면에는 여러 사람이 그려져 있지만, 어깨에 붉은 띠를 두르고 빛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 코크 대위가 주인공이겠죠?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림에 등장한 사람 중 민병대를 이끄는 중심인물로 보이는 이 사람이 렘브란트에게 가장 많은 돈을 줬을 겁니다. 나머지 대원들도 그림에 등장하기 위해 렘브란트에게 돈을 내고 의뢰를 했을 테니, 자신의 모습에 기대를 했겠죠. 그런데, 렘브란트가 빛을 가운데 두고 주위를 어둡게 하는 바람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이 안 보인다며 돈을 돌려달라는 항의까지 했다고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사연이야 어떻든 햇빛을 활용한 극적인 명암의 대비가 정말 매력적이죠?
달빛과 햇빛, 자연의 빛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그 빛을 바라보며 마음을 비워보고, 평화도 얻고, 삶을 관망해 봅니다. 빛을 향한 고요한 몰두. 이렇게 원초적인 자연의 섭리 앞에서 우리의 상한 마음도 위로 받아봅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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