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미루는 버릇의 원인과 극복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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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하고 충동적일수록 미적미적… 일지 쓰며 습관 돌아보길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는 알몸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하인에게 옷을 맡겨 놓고, 미리 정해 놓은 양만큼 일을 끝내기 전에는 절대 옷을 돌려주지 말라고 했던 것.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 ‘레미제라블’ 등 세월을 뛰어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작을 남긴 그에게도 일을 미루는 버릇은 큰 고민거리였다.

완벽주의자 아니면 충동 조절 실패?


“왜 일을 미루나요?” “더 잘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잘 안 되니까 오히려 더 일을 미루게 되는 것 같아요.”(회사원 최모 씨·32)

흔히들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말에도 타당성이 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닐 피오레 박사는 저서인 ‘지금 바로 실행하라―나우’에서 “누구나 일의 결과가 좋게 나오길 바라기 마련인데 이런 욕구가 위협받거나 억압받을 때, 게으름을 피운다”고 설명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 위해 일을 미룬다는 것. 따라서 완벽주의자들이나 작은 실수에도 심하게 자책하는 사람들일수록 일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뜻밖의 보상’도 미루는 버릇이 생기는 이유들 중 하나라고 말한다. 미뤄 둠으로써 잠깐이나마 긴장에서 벗어나고, 그 사이에 쓸모없는 일처럼 보일지라도 즐거움을 얻는 다른 일을 하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야 하는 일이 나중에 필요 없는 일이 되어 버리는 행운까지 따라 준다면, 일을 미룬 것에 대한 핑곗거리가 생길 뿐만 아니라 보상도 배로 늘어난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이번 주 B7면 ‘이 한 줄’ 기사가 이와 관련한 내용이다.)

그런데 ‘일 미루기’와 관련해 피오레 박사에 버금가는 전문가로 꼽히는 피어스 스틸 캐나다 캘거리대 교수(인적자원과 조직역학)의 연구 결과는 피오레 박사의 주장과 다르다. 스틸 교수는 2007년 심리학 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 실린 ‘미루는 버릇의 본질(The Nature of Procrastination)’이란 논문에서 미루는 버릇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된 총 691개 요인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미루는 버릇과 전혀 상관이 없거나 약한 상관관계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평균적으로 완벽주의자들은 실제로 다른 사람에 비해 일을 덜 미루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스틸 교수의 연구에서 드러난 미루는 버릇의 원인은, 그런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듣기에 다소 충격적이다. 그의 저서인 ‘미루는 버릇 방정식(The Procrastination Equation)’에 나와 있는 연구 결과는 “수천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미루는 버릇의 핵심에는 충동성과 낮은 자기조절 능력 등의 성격적 특성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충동적인 사람들은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망을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더 흥미로운 일에 한눈을 팔게 된다.

일 미루는 행동을 들여다보라

그 이유가 무엇이 됐든 결국 중요한 것은 미루는 버릇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직장에서 빅토르 위고처럼 옷을 다 벗고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피오레 박사는 ‘일 미루기 일지’를 기록해 보라고 조언한다. 일을 뒤로 미뤘던 날짜와 시간, 뒤로 미룬 일과 그에 대한 나름의 이유, 일을 미루면서 떠오른 생각과 느낌, 그리고 일을 미루면서 대신 한 행동을 적으란 말이다. 이처럼 일을 미루는 행동을 3일 정도 계속 기록하면서 자신이 주로 어떤 상황에서 할 일을 뒤로 미루는지 스스로 살펴보면 된다. ‘일 미루기 일지’는 자신이 어떤 일을 제일 어렵게 여기는지, 두려움이 어떤 식으로 일을 미루게 하는지를 파악하게 해 준다.

스틸 교수는 ‘성공의 나선’을 만들어 보라고 말한다. 도전적이고 의미 있지만, 완수할 수 있는 목표들을 작은 것부터 천천히 나열해 성공시켜 나가는 것이다. (‘하버드 시간관리 3단계’의 세부적 목표 설정과 비슷함.) 나선을 조금씩 오를 때마다 스스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이는 비관적인 기대를 줄여 일을 미루는 버릇도 줄어들게 만든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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