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예쁘고 화려한 나만의 화분 만들기

  • Array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연의 화려한 쿠데타… 화분이 꽃보다 아름다워

16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장암꽃단지 내 ‘야생초이야기’ 공방에서 주인 윤선옥 씨(왼쪽에서 네 번째)와 친구 박부원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어린이들의 화분 만들기 체험을 도와주고 있다. 의정부=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6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장암꽃단지 내 ‘야생초이야기’ 공방에서 주인 윤선옥 씨(왼쪽에서 네 번째)와 친구 박부원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어린이들의 화분 만들기 체험을 도와주고 있다. 의정부=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꽃이 주연이라면 화분은 꽃을 받쳐주는 조연이었다. 예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이 조연이 언제부터인가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주연 자리마저 넘보는 간 큰 조연들도 생겨났다. 수제(手製)화분 얘기다. 고급스러운 색상과 화려한 무늬에 주인의 개성까지 담아낸 화분들. 이제는 꽃을 위해 화분이 존재하는 것인지, 화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꽃을 심은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화분의 화려한 쿠데타다.

꽃을 좋아하다 화분에 꽂히다

16일 경기 의정부시 장암꽃단지 안에 위치한 꽃집 겸 공방 ‘야생초이야기’. 비닐하우스 안에는 크고 작은 야생식물 수백 종이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아직은 겨울이라 꽃을 피운 녀석이 많지는 않다. 오히려 다양한 개성을 뽐내는 수제화분들이 시선을 끈다. 모두 주인 윤선옥 씨(50·여)의 작품. 그는 비닐하우스 안쪽에 아예 공방을 차려두고 자신만의 화분을 만들고 있다. 시작은 정성스럽게 키워온 각각의 야생초들에게 꼭 어울리는 집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지금은 더 예쁘고, 더 화려한 화분을 만드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 과제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점차 커졌다. 그래서 공방에서 주부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도예수업이나 체험교실을 열고 인터넷 카페(cafe.daum.net/yso5592)를 통해 판매도 한다.

이날 윤 씨의 공방을 찾은 박명애 씨(59·여)는 원래 그림이 취미였다. 주로 수채화를 그렸다. 그런데 3년 전 봄에 이곳 꽃단지를 찾았다가 우연히 윤 씨네 공방을 발견했다. 이후로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공방을 찾아 화분 만들기에 몰두한다. 꽃이 좋아 꽃집을 찾았다가 오히려 화분에 꽂힌 셈이다. 모양을 만들고 말리고, 초벌, 재벌까지 마치려면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2, 3주일이 족히 걸린다. 게다가 화분에 유약을 바르고 핸드페인팅을 하느라 손도 많이 가는 편이다. 그래도 예쁜 수제화분 하나를 집에 들여놓을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은 그런 노고를 모두 잊게 만든다.

유남식(50·여) 박부원 씨(50·여)는 윤 씨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5년 전부터 화분을 만들었다. 서울 송파구에서 1시간 이상을 달려 의정부까지 오곤 하는 유 씨는 “지금은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친구처럼 꼭 화원을 하고 싶다. 그래서 미리 이렇게 화분을 열심히 만들어 두고 있다”며 웃었다.

화분 만들기는 아이들에게도 만점짜리 체험거리다. 서울 화랑초등학교에 다니는 정서연 양(10)은 벌써 경력 4년차에 접어들었다. 비록 방학 때만 부정기적으로 공방에 오지만 하루에 화분 두세 개는 거뜬히 만드는 실력파다. 이날은 특히 학교 친구 박채안 양(10)도 데려와 실력을 뽐냈다. 이날 정 양과 박 양은 ‘코일링 기법’을 활용해 제법 그럴듯한 화분을 만들고 뒷면에 당당히 이름을 새겼다. 봄방학을 맞아 색다른 체험을 하러 온 정수민(9) 수현(7) 자매도 오랜만의 흙장난에 신이 났다. 어머니 윤경애 씨(37)는 “이전에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지점토공예를 한 적은 있지만 이건 진짜 흙으로 하는 것이니까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다육식물 마니아들에게 특히 인기

속파기 기법으로 만들어 보름간 말린 뒤 초벌과 재벌구이를 거쳐 완성한 수제 화분. 의정부=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속파기 기법으로 만들어 보름간 말린 뒤 초벌과 재벌구이를 거쳐 완성한 수제 화분. 의정부=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수제화분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여기저기서 가마를 들여놓고 화분을 주문 제작하는 공방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천명호(43) 씨 부부는 인천과 경기 부천시에서 9년째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 500만 원짜리 전기가마를 산 뒤 화분 등 도자기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두 달 전에는 인천 꽃집의 2층에 아예 ‘꿈 담는 도자기 공방’을 열었다. 미술을 전공한 아내 김영희 씨(39)의 경력을 감안하기도 했지만 화분 만들기에 대한 손님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우리 집 수제화분은 작은 것도 1만∼1만5000원 할 정도로 중국산 화분보다 많이 비싸지만 손님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사무용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신명옥 씨(51·여)는 다육식물(건조한 지역에서 생존하기 위해 잎이나 줄기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하는 식물로 선인장이 대표적) 마니아다. 그가 2년 전부터 화분 만들기에 빠진 것은 그의 사랑스러운 ‘다육이들’에게 멋진 집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특징 없는 화분을 사다가 다육이를 심는 것보다 제가 직접 만든 화분에 심는 게 훨씬 좋았다”며 “몇 년 뒤 시골에서 살 계획이어서 그때를 대비해서 앞으로 더 많이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신 씨의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서도 그의 수제화분에 열광하는 회원들이 나타났다. 그래서 그는 아예 지금의 블로그 이름인 ‘수제화분 꿈토방’을 상호로 한 쇼핑몰 사이트를 다음 달 내기로 하고 한창 준비 중이다. 취미로 시작한 것이 결국 새로운 사업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충남 서산시에 사는 ‘올리버 수제화분’ 운영자 배영숙 씨(48·여)는 “사랑하는 애완동물에게 예쁜 옷을 사 입히는 것처럼 다육식물도 더 좋은 화분에 심고 싶은 법”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다육화분을 선물로 받은 지인들의 반응이 좋아 아예 사업화한 경우다. 크기가 작은 다육식물은 좁은 아파트에서도 많게는 100개 이상씩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하다는 게 그의 판단. 또 ‘독특한 것’ ‘흔하지 않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화분에까지도 취향을 담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태연수제화분’의 김태연 씨(42·여)는 2010년 8월 인천 계양구에 공방을 냈다. 그는 수제화분에 대한 최근의 큰 관심은 “요즘 사람들이 기계로 찍어낸 듯한 똑같은 제품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며 “화분 등 도자기 제품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는 쉽고, 잘 찾아 보면 동네 가까운 곳에도 가마를 설치한 공방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의정부=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초보도 따라할 수 있는 수제 화분 만들기

1.핀칭(pinching) 주로 작은 기물을 만들 때 이용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①흙을 적당량 떼어 공 모양으로 뭉친다.
②공 윗부분을 눌러 구멍을 만든 뒤 엄지손가락을 넣고 돌리면서 벽면 전체의 두께가 고르도록 천천히 다져준다.
③흙을 조금 떼어 평평하고 길쭉한 모양으로 만든 뒤 윗면 테두리를 두른다.
④꽃 모양등의 장식을 붙인다.
<이하 공통 과정>
⑤아래쪽에 물 빠짐 구멍을 낸다.
⑥그 물구멍을 중심으로 서너 곳에 흠집을 낸 뒤 다리를 붙인다.(미리 만들어둔 진흙을 풀처럼 사용하면 더 편리하다.)

2.코일링(coiling) 큰 기물을 만들 때 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가장 보편적이다.
①흙을 조금씩 떼어 밀가루 반죽처럼 길게 늘인‘흙 코일’을 여러 개 만들어 둔다.
②흙을 적당량 떼어 1cm 두께의 판으로 만든 뒤 원 모양으로 재단한다. 원의 테두리를 따라 흙 코일을 한층씩 쌓아 올린다.
③한 층을 쌓을 때마다 흙 코일의 윗부분에 스펀지로 물을 묻혀 접착력을 높인다.
④맨 위는 가장 두툼한 흙 코일로 마무리하고 꽃 장식 등을 붙인다. 마지막으로 층과 층 사이에 틈새가 없는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하 공통 과정>

3.속 파기 초보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깔끔한 모양을 내기에는 더 좋다.
①흙을 적당량 떼어 직육면체 모양으로 뭉친다.
②직육면체 윗부분을 손으나 조소용 칼로 파면서 화분 모양을 만든다.
③바깥 면에 꽃 모양 등의 장식을 만들어 붙인다.
<이하 공통 과정>

※화분 성형 후 완성 과정(이하는 가스가마에서 환원소성 방식으로 구울 때의 예임)
①화분 모형을 그늘에서 15일간 말린다.(너무 빨리 말리면 금이 갈수 있고 얼면 깨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②초벌은 섭씨 800도에서 6∼7시간 굽는다.
③완전히 식힌 다음 유약을 바른다(유약을 바르기 전 핸드페인팅을 할 수도 있다).
④재벌은 섭씨 1300도에서 16∼17시간 굽는다.
⑤하루 정도 식힌 다음 가마문을 열고 완성품을 꺼낸다.

도움말=윤선옥 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