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47>人之有道也에 飽食煖衣하야 逸居而無敎면 則近於禽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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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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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중국의 문명이 聖君(성군)들에 의해 개척된 과정을 개괄했다. 堯(요)는 舜(순)을 등용하여 인류 문명을 열고, 舜은 益(익)으로 하여금 불을 맡게 하여 禽獸(금수)를 중원에서 쫓아냈다. 또한 순은 禹(우)로 하여금 治水(치수)를 맡게 하고 后稷(후직)으로 하여금 농사의 일을 맡게 했다. 이로써 백성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조건이 갖추어졌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켜나가야 한다. 이에 정치지도자들은 敎化의 임무를 떠맡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맹자는 말한다.

人之有道也는 ‘사람에게는 도리가 있기에’라는 뜻이다. 이때의 也는 종결사가 아니라 주제를 제시하는 助字(조자)이다. 飽食煖衣는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옷을 입는 것을 말한다. 煖은 暖과 통한다. 逸居는 게을리 지내는 것을 말하니, 逸은 곧 安逸(안일)이다. 近於禽獸는 금수의 상태에 가까워진다는 말이다.

飽食煖衣는 삶의 물질적 조건이 갖추어진 상황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물질적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는다. 정신을 기르고 가치 있는 것을 창출하여 썩지 않는 이름을 전하고 싶어 한다. 고전 가운데 하나인 ‘明心寶鑑(명심보감)’에서는 ‘夙興夜寐(숙흥야매)하여 所思忠孝者(소사충효자)는 人不知(인부지)나 天必知之(천필지지)요, 飽食煖衣하여 怡然自衛者(이연자위자)는 身雖安(신수안)이나 其如子孫何(기여자손하)오’라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한밤에 잠자리에 들며 충효를 생각하는 사람은 비록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하늘은 반드시 알아줄 것이다.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어 만족스럽게 자기만 위하는 사람은 몸은 비록 편하겠지만 그 자손들은 어찌하겠는가’라는 뜻이다.

飽食煖衣의 반대어가 夙興夜寐로, 이 말은 본래 ‘시경’ ‘小宛(소완)’의 ‘夙興夜寐(숙흥야매) 無첨爾所生(무첨이소생)’에서 나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한밤에 잠자리에 들며 널 낳으신 부모님 욕되게 하지 말라’라는 뜻이다. 송나라 南塘(남당) 陳柏(진백)이 ‘夙興夜寐箴(숙흥야매잠)’을 지은 이래로 많은 사람이 箴(잠)과 圖(도)를 지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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