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39>且許子는 何不爲陶冶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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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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陳相(진상)은 맹자를 만나, 許行(허행)이 백성들과 함께 일하고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며 정치할 것을 주장했다고 전하였다. 그러자 맹자는 허행이 비록 농사는 스스로 짓는다고 해도 그가 머리에 쓰는 冠(관), 밥 짓는 데 사용하는 가마와 시루, 농사짓는 데 필요한 쇠붙이의 농기구는 交易을 통해 구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그리고 그 交易은 옹기장이 대장장이가 농민을 해치는 일도 아니고 농민이 옹기장이 대장장이를 해치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이어 허행도 어째서 交易을 해야만 하는 것이겠느냐고 진상에게 반문했다.

맹자의 이 질문은 세 개의 何…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의 何… 문장을 하나로 이어서 풀이한다. 그리고 이 단락의 풀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舍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舍를 ‘집’의 뜻으로 보면, 그 글자를 앞에 붙여 何不爲陶冶舍로 끊고, ‘어째서 옹기장이와 대장장이의 집을 만들지 않는가?’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趙岐(조기)나 주자(주희)의 설에 따라, 舍를 止의 뜻으로 풀이하고 그 목적어를 皆取부터 用之까지로 본다.

何不爲陶冶는 어찌하여 옹기장이 대장장이의 일을 하지 않느냐는 뜻이다. 舍皆取諸其宮中而用之는 ‘모두 그 집안에서 기계를 취하여 쓰는 일을 그만두고’의 뜻이다. 宮中은 ‘자택 안’이란 말이다. 후대에는 宮을 왕이나 천자의 거처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한다. 諸는 ‘之於’의 준말로, 之는 앞서 나왔던 器械(기계)를 가리킨다. 何爲는 ‘어째서’이다. 紛紛然은 번잡한 모습을 형용한다. 百工은 많은 工人(공인·기술자)을 말한다. 何許子之不憚煩은 ‘어찌하여 허자는 번거로움을 거리껴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는 말이다.

맹자는 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 쓰지 않고 번거롭게 남과 交易해야 하는가 질문하였다. 그리고 이 질문을 통해, 생활세계에서는 交易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였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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