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38>以粟易械器者가 不爲려陶冶니 陶冶도 亦以其械器易粟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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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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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위려농부재리오

유학자였던 陳相은 農家類(농가류)의 사상가 許行을 만나본 이후, 허행의 가르침에 따라 어진 정치가는 백성들과 함께 밭 갈고 손수 밥 지어 먹으면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여기게 되었다. 하지만 맹자와 문답을 주고받으면서 진상은 허행이 직접 밭을 갈아 곡식을 구할 수는 있어도, 허행이 머리에 쓰는 冠(관), 밥 짓기에 사용하는 가마와 시루, 농사짓기에 사용하는 쇠붙이의 농기구도 交易을 통해 구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환기하게 되었다. 그러자 맹자는 교역이 교역 당사자의 어느 한쪽도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이 단락에서의 핵심어는 ‘不爲(려,여)’이다. 이것은 처음에 진상이 허행의 말을 전하여, ‘등有倉(늠,름)府庫(등유창름부고)하니 則是(려,여)民而以自養也(즉시려민이이자양야)니 惡得賢(오득현)이리오’라고 하여, 국가에 곡식 창고와 재물 창고가 있는 것은 백성을 해치는 증좌라고 말했던 논리를 정면으로 분쇄하는 돌쩌귀 같은 역할을 한다.

以粟易械器者는 곡식을 가지고 기계나 용기와 바꾸는 것이란 말로, 者는 하나의 구절을 명사어절로 변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때의 械器는 앞서 나온 釜甑(부증·가마와 시루)과 鐵(철·쇠붙이의 농기구)을 가리킨다. 陶冶는 옹기장이와 대장장이로, 陶는 시루를 만드는 사람, 冶는 가마와 농기구를 만드는 사람이다. 不爲(려,여)陶冶는 옹기장이와 대장장이를 해침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以其械器易粟者는 가마와 시루, 쇠붙이의 농기구 같은 것을 가지고 곡식과 바꾸는 것을 말한다. 豈爲(려,여)農夫哉는 ‘어찌 농부를 해침이 되겠는가’로, 농부를 해침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반어법의 문장이다.

맹자는 交易을 중시했다. 교역은 有無相通(유무상통)의 원리에 근거하여 쌍방이 서로 이익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쌍방의 관계에 信義(신의)가 없다면 교역은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맹자는 교역의 信義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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