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31>文公이 與之處하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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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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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라가 맹자의 주장을 수용하여 井田法(정전법)을 시행하고 있을 때, 초나라 사람 許行(허행)이 와서 農家類(농가류)의 설을 주장하여 새로운 세력을 형성했다. ‘등문공·상’ 제4장은 儒家(유가) 사상과 농가류 사상이 충돌했던 사상 투쟁의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등나라 문공은 맹자 부친의 장례를 치를 때 맹자의 조언을 받았고, 이후 맹자를 초청하여 대대적으로 仁政(인정)을 베풀고자 정전법과 助法(조법)에 대해 검토를 하였다. 그래서 정전법을 시행하게 되었지만, 허행이 와서 그의 설을 주장하자 금방 허행의 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與之處에서 與는 ‘주다’, 之는 앞서 나온 許行을 가리킨다. 處는 居處(거처)란 뜻의 명사로, 앞의 一廛(일전)과 호응한다. 其徒는 ‘그의 무리’이다. 褐은 거친 천으로 짠 의복으로,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입었다. ‘공손추·상’에 ‘褐寬博(갈관박)’이란 표현이 있었다. 寬博은 헐렁하다는 뜻이었다. 한문학에서는 토끼를 의인화하여 衣褐夫(의갈부, 털옷 입은 사내)라고 한다. 곤구(곤구)는 볏짚으로 신발을 삼고 그것을 몽치로 쳐서 단단하게 만드는 일을 말한다. 織席은 깔개용의 자리를 짜는 것을 말한다. 以爲食은 두드려 만든 신이나 직접 짠 자리를 팔아 그것으로 양식을 사서 생활했다는 뜻이다.

옛 선비들은 농가류의 설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才德(재덕) 있는 사람이 不遇(불우)하여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을 동정하는 한편으로 노동 자체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노동으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을 食力(식력)이라고 한다. 金時習(김시습)은 閑散右族(한산우족)이나 無聊左道(무료좌도)를 질타했다. 한산우족이란 명문가의 자제로서 하릴없이 지내는 사람을 가리킨다. 무료좌도는 승려로서 생산적인 일은 하지 않고 백성들의 시주만 기대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또 고종 때 李建昌(이건창)은 강화도의 신발 장수 兪氏(유씨)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그 신을 썼을 뿐만 아니라 그 값을 치러 주어 노동으로 먹을 것으로 얻었고, 늙어 세상 마치도록 다른 걱정이 없었다’고 논평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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