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30>有爲神農之言者許行이 자초지등하야 踵門而告文公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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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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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方之人이 聞君의 行仁政하고 願受一廛而爲氓하노이다

‘등문공·상’ 제4장이다. 이 장에는 神農氏의 설을 주장하는 許行이란 사람이 등장한다. 원문의 신농은 고대의 제왕 신농씨를 말한다. 신농씨는 인류 사상 처음으로 농기구를 만들어 백성에게 농업을 가르쳤다고 전하는 문화 영웅이다. 아마도 전국시대에 신농씨의 학설이라고 하면서 上下尊卑(상하존비)의 구분을 부정하고 상하가 모두 직접 노동에 종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農家類(농가류)의 사상이 있었던 듯하다. 班固(반고)의 ‘漢書(한서)’ ‘藝文志(예문지)’에 여러 사상가를 九流(구류)로 분류하였는데, 거기에 농가류가 들어 있다. 허행은 그 농가류의 사상가였던 듯하다. 뒤에 나오듯 허행은 ‘賢者(현자)는 백성들과 더불어 함께 밭을 갈아 먹고 스스로 밥 지어 먹으면서 정치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맹자는 상하존비의 신분계급을 중시한 반면 허행은 말하자면 신분 평등을 제창한 것이다.

爲神農之言은 ‘신농씨의 말을 하는’이란 뜻인데, 곧 ‘신농씨의 설을 주장하는’이란 의미다. 自楚之등은 초나라에서 등나라로 갔다는 말이다. 여기서의 自∼은 ‘∼로부터’의 뜻을 나타낸다. 踵門은 門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踵은 본래 발꿈치란 말이지만, 여기서는 ‘발이 이르렀다’ 정도의 뜻을 나타내는 동사로 전성되었다. 遠方之人은 먼 지방 사람이란 말로, 허행 자신을 가리킨다. 仁政은 앞의 ‘등문공·상’ 제3장에 나왔던 井田法(정전법)을 가리킨다. 一廛은 백성이 거주하는 하나의 宅地(택지)를 말한다. 氓은 野人(야인), 즉 농민이다. 본래 외지에서 흘러들어온 사람이면서 농민이 된 사람을 가리키는 듯하다.

‘등문공·상’ 제4장은 맹자의 신분계급론과 정치관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당시에 활동한 다양한 사상가의 존재를 이해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장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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