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대모’가 전한 나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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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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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전기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 출간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한 박병선 박사(1923∼2011)의 어린이용 전기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글로연)이 출간됐다. 고인의 허락을 받아 그를 직접 인터뷰해 쓴 전기로는 처음이다.

책에는 ‘책벌레’였던 어린 시절,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했던 순간,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빼앗긴 외규장각 의궤를 찾으러 백방으로 돌아다닌 이야기, 그리고 지난해 외규장각 의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마지막으로 눈을 감기 전까지의 일생이 그려져 있다. 서울대 사범대 재학 시절 뇌막염으로 사경을 헤매다 꿈에 성모 마리아의 부드러운 손길을 받은 뒤 가뿐히 일어났다는 일화는 처음 알려지는 내용이다.

어린이 책을 주로 만들어온 오승현 편집장은 어린이를 위한 박 박사의 전기를 출간하기 위해 2010년 12월 그에게 긴 e메일을 보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프랑스가 한국에 외규장각 의궤를 대여 형식으로 반환하기로 합의한 뒤였다. 오 편집장은 “그동안 박 박사의 전기를 출간하려는 출판사가 여럿 있었지만 스스로 업적을 내세우기 싫어하셔서 수차례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 편집장은 e메일에서 “위정자들이 제대로 된 책을 읽었더라면 우리 것을 ‘대여’받으면서 그렇게 호들갑을 떨진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박사님의 삶을 알게 되면 다음 세대부터는 우리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득했고 박 박사는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흔쾌히 허락했다.

이후 공지희 작가가 지난해 9월 말부터 20일 넘게 파리의 병실에서 박 박사를 인터뷰했다. 공 작가는 “박사님 몸이 힘드신데 인터뷰를 한다며 들들 볶는 것은 아닐까 죄송한 마음도 들었지만 오히려 박사님은 남은 시간을 아까워하시며 책이 정확히 쓰이도록 애정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박 박사는 책이 완성된 것도 못 보고 그로부터 한 달 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생전에 남긴 추천 글에서 ‘여러분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바르게 익히고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지키고 가꿔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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