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16>設爲庠序學校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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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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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먼저 공평한 토지제도와 조세제도를 실시하여 백성들의 생업을 안정시키고 그런 후에 윤리를 가르쳐 인간다운 가치를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기에 등나라 문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주나라에서도 助法(조법), 곧 井田法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후 인륜을 밝히는 교육에 대해 말한 것이다.

設爲는 설치한다는 뜻이다. 庠(상)·序(서)·學(학)·校(교)는 모두 교육기관의 이름이다. 다음 호에서 맹자가 다시 말하듯 하나라에서는 校, 은나라에서는 序, 주나라에서는 庠이라 하였고 學, 즉 太學은 하·은·주 삼대가 공통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庠이란 노인을 봉양하는 것을 위주로 하고, 校는 백성을 가르치는 것을 위주로 하며, 序는 활쏘기를 익히는 것을 위주로 했다.

여기서 한 가지, 한문고전의 정의 방식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庠과 養(양)은 발음이 비슷하고, 校는 敎와 발음이 같으며, 序는 射와 발음이 비슷하다. 한문에서는 한 단어를 정의할 때 발음이 같은 단어를 그대로 연결시키는 일이 많다. 즉 피정의항=정의항에서, 피정의항도 한 글자, 정의항도 한 글자이되 두 글자의 발음이 서로 유사하거나 같다. 이것을 聲訓(성훈)이라고 한다. 발음에 근거해서 풀이한다는 뜻이다.

서양의 논리학은 이것과 다르다. 서양의 논리학도 피정의항=정의항의 형식이되, 정의항은 種差(종차)+類槪念(유개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는 문장에서 ‘사람’은 피정의항, ‘생각하는’은 사람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해 주는 種差, ‘동물’은 사람과 다른 동물들을 포괄하는 類槪念이다. 서양의 논리학과 한문고전의 논리학이 다른 점은 바로 이러한 정의 방식에 있다. 한문고전의 논리학은 공통의 언어 환경과 세계관을 기저로 삼고, 한 개념을 직관적으로 정의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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