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12]시조 ‘눈뜨는 화석’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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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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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깊은 역사 읽기 돋보여

한분순(왼쪽) 민병도 씨
한분순(왼쪽) 민병도 씨
해마다 신춘문예에 문단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신인들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내일을 이끌어나갈 뜨거운 열정과 새로운 생각과 올곧은 문학정신을 보고자 함에서다. 아직은 그들이 보여주는 사유의 깊이가 얕고 표현이 서툴더라도 남다른 발상과 용기와 도전이 장차 이 땅의 문학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해 응모자 수나 작품의 수준이 풍요로운 가운데 오직 한 사람의 숨은 보석을 가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따라서 새로운 재목을 찾는 기준으로 기성문단의 흉내 내기와 시적 동기가 취약하면서 언어 기교에 치중한 작품을 배제하고 시조단의 내일을 이끌어나갈 건강한 시정신에 주목하였다.

그런 기준에 의해서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이 심순정의 ‘삼각김밥’, 송인영의 ‘물구나무, 멀구슬나무’, 조예서의 ‘어머니의 가을’, 황외순의 ‘눈뜨는 화석’ 등 네 편이었다. 먼저 ‘삼각김밥’은 비유의 새로움에도 불구하고 주제의식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물구나무, 멀구슬나무’는 가락의 유려함을 받쳐 주는 메시지 부재로 배제되었다. ‘어머니의 가을’은 어머니의 삶과 가을을 일체화시킨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소재의 진부성을 떨쳐내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눈뜨는 화석’은 감각적인 언어 구사와 상상력 깊은 역사 읽기를 보여줘 당선작으로 선택하였다. 부장품과 화석을 일체화시키는 과감한 비약마저도 현장시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량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색깔 있는 자기 목소리를 기대한다.

한분순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민병도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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