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우먼동아 컬처]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헨델의 ‘메시아’… 경이로운 걸작 탄생 뒤 숨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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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6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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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조 ‘성모의 승천’(1526~1530, 프레스코, 파르마대성당 둥근 천장)
▲ 코레조 ‘성모의 승천’(1526~1530, 프레스코, 파르마대성당 둥근 천장)

하늘에 닿을 것같은 높은 천장, 스테인드글라스로 들어오는 햇빛…, 대성당에 들어가면 이곳이 천상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더욱이 천장화까지 보게 되면 경이로움마저 듭니다. 그 옛날 저 높은 천장에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섬세하면서도 극적인 작품을 남긴 16세기 화가 코레조. 그가 이탈리아의 파르마 대성당 천장에 그린 ‘성모의 승천’을 보세요. 천사의 무리가 다리를 아래쪽으로 늘어뜨린 채 중앙에 비치는 엄청난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이 그려진 천장은 완벽하게 둥근 형태의 돔(Dome)입니다. 그러니까 평면이 아닌 입체적 공간에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승천’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겁니다.
당시 피렌체 대성당 주교가 이 그림을 보고 “이곳이 성모가 올라간 곳”이라고 했을 정도라고 하니 신도들 역시 ‘나도 착하게 살면 저 천사들처럼 천국으로 들어가게 될 거야’ 하는 믿음이 절로 생기지 않았을까요?


병까지 얻을 정도로 천장화 그리는 데 몰두한 미켈란젤로 ‘아담의 창조’


코레조의 천장화와는 또 다른 엄청난 규모의 천장화, 바로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궁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천지창조’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천장 뿐 아니라 벽에도 ‘최후의 심판’이 그려져 있어 예배당 전체가 천상의 세계입니다.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죠. 천장화는 천장을 9개의 틀로 나눈 후 34개의 면으로 분할해 창세기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 중 하나님과 아담의 손가락이 맞닿으려는 순간을 그린 ‘아담의 창조’는 감동의 도가니죠.



이것을 그리느라 몇 년 동안 발판 위에 누워서 작업을 했던 미켈란젤로는 관절염과 근육경련,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감이 눈에 들어가 눈병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가 조수도 없이 혼자 작업을 했다고도 하고, 그건 아닐 거라고도 하지만, 어찌됐건 몇 년에 걸쳐 이런 작업을 한 것은 ‘꼭 해야겠다’는 의욕이 불타오르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시스티나 성당 천장과 벽면에 그려진 그의 작품 앞에서 경이로움을 가질 수밖에 없나 봅니다.

▲ 미켈란젤로 ‘시스티나 예배당’ (1508~12, 유화, 프레스코화,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
▲ 미켈란젤로 ‘시스티나 예배당’ (1508~12, 유화, 프레스코화,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


인생의 위기에서 탄생된 걸작… 헨델 ‘메시아’

‘천지창조’, 말 그대로 세상이 만들어지는 황홀하고 경이로운 순간은 천장화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매력적인 주제입니다. 하이든은 헨델의 ‘메시아’를 듣고 감동해 ‘천지창조’ 작곡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헨델의 ‘메시아’는 하이든 같은 대작곡가에게도 굉장한 감동이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헨델의 ‘메시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헨델은 이 대곡을 불과 24일 만에 작곡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때 먹고 자는 것도 잊은 채 들뜬 상태에서 이 곡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영감으로 꽉 차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메시아’ 중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할렐루야’ 합창은 1742년 런던 초연 당시 조지 2세가 감격해 기립박수를 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장엄한 곡입니다.


‘구세주’라는 의미의 ‘메시아’는 3부로 나뉘어져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죽음, 부활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헨델이 57세가 되던 해 초연됐는데, 이때 그는 빚이 많아 경제적, 정신적인 위기에 빠져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명성을 뒤로 하고, 낮아질 만큼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드높은 세계에 대해 더 갈구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힘보다 훨씬 큰 힘을 느낄 때 사람들은 겸손해집니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 ‘내가 사는 세상이 저렇게 작구나’를 느끼게 되면 그렇게 마음 졸이던 일도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인생을 살았어도 결국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는게 인간의 ‘운명’입니다. 땅에서 갖고자 하는 욕심 이상으로, 높디높은 대성당의 천장 너머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을 가져봅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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