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탄 아리랑 ‘월드뮤직 고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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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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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6일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 광장. 프랑스의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팬 30여 명이 모여 아리랑을 합창하는 플래시몹이 펼쳐졌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나 한국 가수들의 공연에서 아리랑을 접하고서 아리랑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팝의 인기로 국내 가수들의 해외공연이 늘면서 공연의 피날레를 아리랑으로 장식하는 일이 많아졌다. 케이팝 팬들이 ‘아리랑’=‘한국문화’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아리랑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2009년부터 유키 구라모토, 유이치 와타나베, 리얼그룹, 잉거 마리 등 세계 유명 음악가들과 손잡고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등 아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한 음반 2장을 발매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리랑을 해외 각국의 시각으로 조명하는 아리랑 국제학술대회가 14,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 학술대회에는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대만 등 여러 지역의 학자들이 참가해 세계 곳곳에서 수용된 아리랑의 모습과 그 의미에 대해 발표한다. 미리 입수한 이들의 발표문을 통해 아리랑이 세계 각국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대만과 베트남에선 특히 아리랑에 대해 친숙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아리랑을 가르쳐왔기 때문. 왕인펀 대만대 교수(민족음악학)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1990년대 이후 아리랑이 대중음악이나 관현악으로 재창조돼 왔다. 왕 교수는 “한류와 인터넷의 영향으로 아리랑이 대만인들의 음악생활에 더욱 중요하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에서는 최근 여성 가수 타이 바오와 어린이 가수 탄 쭉이 베트남어 가사로 아리랑을 부르는 등 ‘아리랑의 로컬화’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아리랑이 현지 음악가들의 해석으로 활발히 재탄생하고 있다. 사이먼 밀스 영국 더램대 교수(민족음악학)는 많은 유럽인이 ‘아리랑이 한국문화를 상징한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1920년대에 영국 지휘자 말콤 사전트 경이 아리랑을 편곡해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영국 첼리스트 줄리안 로이드 웨버(1993), 독일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2001), 영국 포크 가수 피터 모튼(2008) 등 많은 연주자가 자신의 앨범에 아리랑을 수록했다. 밀스 교수는 “유럽의 음악가들은 아리랑의 이국적 선율과 예술적 가치에 매료됐지만 일부 음악가는 한국판 음반에만 아리랑을 싣기도 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조지 윈스턴, 케니지 등도 앨범에 아리랑 연주곡을 싣거나 공연에서 아리랑을 연주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사할린, 중국에서는 동포들이 민족의 뿌리를 찾고 향수를 달래기 위해 아리랑을 불러왔다. 최근 중국에서 조선족 예술단체들이 ‘두만강의 아리랑’ ‘장백산 아리랑’ 등의 가무극을 올려 좋은 반응을 얻었고 젊은 동포들도 아리랑 전승에 가세하고 있다. 중국 지린 성 출신의 조선족 남성 4인조 그룹 ‘아리랑조합’은 다양한 종류의 아리랑을 현대식 가요로 만들어 불러 인기를 얻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아직 아리랑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케냐 출신의 진 키둘라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아리랑이 식민지 역사를 거치면서 한국 국민의 단결을 만들어냈듯이, 아프리카의 공동체를 결속하기 위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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